뽕나무에 다람쥐

2013.08.19 08:56

김수영 조회 수:804 추천: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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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출판기념회 축사하시러 캐나다에서 오신 김만홍 목사님과 함께


뽕나무에 다람쥐                                                                  金秀映    


   뽕나무는 인간에게 참 유용한 나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나무가 인간에게 유용하지만 뽕나무는 열매인 오디도 참 맛이 좋지만 ,뽕잎도 누에를 키우는데 참 필요한 잎이다. 열매는 노화 방지에 좋은 물질이 복분자보다 50배나 많다고 한다. 이렇게 영양분이 많이 들어있는 뽕잎을 먹고 자란 누에는 고치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된다. 이 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낸다. 천연으로 만든 이 명주실은 비단 옷감을 만들어 내고 천 중에서 가장 비싼 옷감이 되는 것이다. 이 누에가 다 자라면 몸길이가 8cm나 된다고 한다. 누에 몸속에는 견사 실을 만들어내는 견사샘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이다. 견사실을 다 뽑아 고치를 만들고 나면 몸이 홀 쪼부라져 조그마한 번데기가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추운 겨울 번데기를 삶아서 길거리에서 판다. 시골에서는 손수레에 연탄불로 화덕을 만들어 번데기를 따끈하게 데워서 동네를 누비며 팔러 다닌다. ‘번데기 사러, 번데기 사러’하며 고함을 지르며 어두운 밤을 가르며 동네를 휘 접고 다닌다. 나는 징그러워서 번데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들이 맛있다며 사서 먹어 보라고 해서 한 번은 먹어 보았는데 정말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 누에는 인간에게 가장 비싼 비단옷을 만드는 비단 실을 제공해 주고 죽어서 인간에게 겨울엔 단백질이 풍부한 간식으로 번데기를 제공해 주니 참으로 고마운 곤충이다.       

   누에는 뽕잎만 먹고 자라고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자란다. 뽕잎에는 얼마나 많은 자양분이 있으면 누에 한 마리 당 1,500m나 되는 명주실을 뽑아낼 수 있을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어릴 때 방학을 맞이하면 시골 고향에 내려가곤 했다. 누에를 키우는 일가친척들은 뽕잎을 따다 누에게 먹이로 갖다 주라는 말에 나는 심부름을 기꺼이 했다. 속셈은 오디를 따 먹는 재미에 그렇게 했다. 하루는 오디를 따먹다가 뽕나무에서 떨어져 발을 삐어 고생한 적도 있었다. 

   성경에도 삭개 오가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뽕나무에 올라간 얘기는 유명하다. 그렇게 좋아하는 뽕나무를 이곳 미국에  온지도 삼십 년이 넘었지만 한 번도 보지를 못했다.  그런데 작년 캐나다 토론토에 갔을 때 스코필드 박사 추모재단 부이사장님으로 수고하시는 김만홍 목사님 댁 뒤 뜰에서 아주 큰 뽕나무를 볼 수 있었다. 오디도 아주 많이 열려 있었다. 거의 반세기 만에 뽕나무를 보니 감회가 새로 왔다. 

   이번 나의 수필집 ‘늘 추억의 저편’ 출판기념회에 참석하시기 위해 김 목사님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오시게 되었다. 축사도 해 주시고 축복기도도 해 주셨다. 멀리서 이곳까지 오셔서 축하해 주신 사랑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토론토에 돌아가신 후 나의 수필집 ‘늘 추억의 저편’ 가운데 ‘벌과의 전쟁’을 읽다가 크게 웃으셨다고 전화가 걸려왔다     

   말씀인 즉 뒷마당에 있는 뽕나무에 다람쥐들이 오디를 따 먹으려 부리나케 드나들고 있었다. 하루는 다람쥐가 나무에서 툭 떨어지는 바람에 키우던 진돗개인 애완용 개가 다람쥐를 보고 잡으려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다람쥐가 줄다리기라도 하듯 재빠르게 나무를 타고 오르내리며 도망을 다니니기일 수였다. 뿔이 난 진돗개가 약이 올라 잡으려 해도 잡힐 리 없었다. 온 얼굴에 나무에 긁힌 상처만 입고 닭 쫓던 개 울타리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진돗개가 아무리 민첩하다 해도 다람쥐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단다. 상처투성이인 얼굴로 뽕나무 밑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애완견이 측은 하기 그지없었단다.     

   목사님이 어떻게 다람쥐를 잡을까 하고 뽕나무 밑에 앉아 궁리하는데 설상가상으로 다람쥐들이 김 목사님 머리 위에다 똥을 계속 쏴서 머리 감느라 수고로움만 더해 갔단다. 하루는 하나님께 기도하시는데 꾸짖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 왔다고 한다. 다람쥐 잡을 생각을 접고 애완견이나 잘 키우라는 깨우침이었다는 것이었다.    

    ‘벌과의 전쟁’ 나의 수필을 읽으시면서 어쩌면 똑같이 동물을, 곤충을 잡으려 할 수 있었단 말인가 하고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는 것이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다람쥐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귀엽게 보인다. 꼬리는 길고 눈은 동그랗게 뜨고 앞발로 도토리 같은 것을 집어 들고 씹어먹는 모습을 보면 참 귀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나도 벌 소탕작전을 벌이다가 포기하고 나니 스트레스가 가시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 왔듯이 김 목사님도 오디를 다 따 먹어도 죽이지 않고 그대로 다람쥐를 살려두는 것이 마음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믿어본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그들을 창조한 하나님을 사랑하는 길이리라. 김목사님과 저, 이심전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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