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송령

2010.04.21 15:47

김수영 조회 수:975 추천: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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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송령                        김수영                                                                       


   경북 안동 풍산에 있는 부모님 선영에 성묘하고 서울에 돌아오는 길에 나만 홀로 남아 안동에 있는 친구들과 합류하여 명승지 유적지를 몇 군데 둘러 보고 왔다. 하회에 있는 류성룡의 박물관과 병산서원과 이퇴계(이황)의 도산서원과 봉정사와 제비 미륵과 표절사와 석송령이다. 유서 깊은 유적지를 둘러보고 선조들의 고매한 업적과 학문과 나라 사랑과 임금 사랑등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했다. 그 중에도 석송령은 사람이 아닌 소나무로서 국가에 세금을 내는 유일한 부자 소나무로서 600년이란 나이를 자랑하면서도 그 모양새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단정하지만 우람한 자태로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천 감천에 있는 이 석송령은 대한민국 천연기념물 294호이다. 가슴높이 둘레가 4.2m, 키가 10m 인 이 소나무는 반송이기 때문에 키가 그다지 크지 않고 가지가 옆으로 길게 뻗는 것이 특징이다. 600 여 년 전 풍기지방에 큰 홍수가 나서 석간 천을 따라 떠내려오던 나무를 지나가던 과객이 건져 이곳에 심었다고 한다. 일본 강점기인 1927년에 자식이 없던 이 마을의 이 수목이라는 노인이 마을 당산나무인 이 소나무를 몹시 아껴 전 재산이던 땅 2000 평을 이 소나무에 희사하고 자신이 죽은 후에 무덤을 돌보고 제사를 지내 달라고 부탁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그 뜻을 받들어 石松 靈이라 이름 짓고 소나무로서는 보기 드물게 토지를 가지고 있어 세금을 내는 부자 나무가 되었다. 나의 소나무 사랑은 유별나다. 나무 중에도 소나무를 제일 좋아해서 내가 사는 집에도 두 그루를 심었다. "소나무 찬가"란 제목으로 수필에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하게 된 것도 소나무 사랑 때문이었다. 이렇게도 좋아하는 소나무인 '석송 령'을 보니 감탄사가 연발 나오면서 발을 떼지 못하고 한자리에 오래 서 있었다. 소나무에 가까이 가서 두 팔을 벌리고 몸 둘레를 재어 보았다. 두 팔 길이의 4 배나 되었다. 이상하게도 나이가 600 여 년이 되었지만, 키가 별로 크지 않고 옆으로만 옆으로만 뻗어 나갔다..    

   나는 이 소나무를 보면서 하늘을 향해 자라기보다는 가지를 옆으로 한없이 뻗어 그 넉넉한 그늘로 오랜 세월 마을 사람들을 보듬고 감싸 안아 온 나무는 개인의 영달보다는 더불어 사는 지혜를 인간에게 보여 주는듯 했다. 인간은 한없이 높아지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하늘을 찌르듯이 높이 올라가다 보면 언젠가 나락의 지옥으로 떨어질 때가 있다. 낮아 지지 않고 계속 올라가는 사람도 있지만 어쩐지 외로워 보이고 고독해 보인다. 나보다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며 내가 낮아지면서 나의 넉넉함의 그늘로 나보다 못한 이웃을 돌보는 겸손의 미덕과 사랑이 훨씬 더 돋 보일 때가 있다.    

   이 석송령을 바라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나도 옆으로 가지를 뻗어 눈높이를 낯추어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갖고 싶다. 사람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 구실도 못하고 죽는 사람이 많다. 보통 사람들은 세 부류에 속한다고 한다. 첫째 부류는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 둘째 부류는 있으나 마나 한 사람, 셋째 부류는 꼭 있어야 할 사람이라고 한다. 이왕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어디를 가던 꼭 필요한 사람 꼭 있어야 할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다짐해 본다. 

   말 못하는 이 소나무도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국가의 천연기념물로 지정까지 되었는데 만물의 영장인 우리 인간이 이 소나무만 못해서야 되겠는가.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고 하는데 이 석송령은 살아서 계속 '석송령'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을 즐겁고 기쁘게 해주니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죽는 사람보다도 어쩌면 이 소나무는 월등히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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