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향기/정용진 시인

2015.04.30 22:28

정용진 조회 수:191

오월의 향기

                                           정용진 시인

 

 시인 T. S. 엘리옷트는  땅을 가르고 솟는 생명의 힘을 바라보면서, 사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하였다. 봄의 계절은 꽃들이 다투어 미를 발하고 향을 토하는 백화난만(百花爛漫 계절이다

  밑을 장식하던 개나리와 자목련이 지고 나면 뜰에 장미꽃이 청초롭고, 야산에는 진달래에 이어 철쭉꽃이 불타오르듯 찬란하게 피고, 복숭아. 오얏. 앵두꽃과 . 사과  들이 과원을 채운다

 시인 이조년은 달빛아래 흐드러지게  배꽃을 향하여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여   이뤄 하노라라고 그의 깊은 심경을 시로 읊었다

 캘리포니아의 오월은 참으로 아름답다. 높은 산에는 아직도 잔설이 달빛처럼 빛나고, 시골길을 달려보면 오렌지와 레몬의 향기가 차창을 통하여 가득히 흘러든다늦비가 멎은 산록의 청신함, 둥지를 틀기에 분주한 새들의 몸짓, 고요한 바람으로 가득한 호수 같은 하늘, 계곡을 흘러내리는 물소리들이 정겨운 계절이다. 자연의 세계 속에서는 굳은 땅을 들추고 솟아나는 새싹들은 예정이요,  위에 향기롭게 피어나는 꽃들은 약속이며, 뒤이어 맺히는 열매는 완성이다

그리고 단풍이 곱게 들고 조락의 계절이 다가와 낙엽 지는 것은 모두를 끝내고 돌아가는 죽음이다. 이것이 하나같이 아름답고 고귀한 자연의 섭리요, 질서다. 여기에는 한결같이 거부의 손길이  통하고 반항의 몸부림이 먹혀 들어가지 아니한다. 신의  앞에 조용히 순종하는 인내가 있을 뿐이다

 사람이 하나님으로부터 창조되어  처음 거처한 것이 아름다운 자연 속의 에덴동산이었다고 <성경 일러주고 있다인간들이 자연의 품안을 잠시라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음을 상징적으로 일러주는 진리인 것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 오월은 사랑의 달이다. 5일이 어린이 날이요, 8일이 어버이 날이며,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어린이. 아버지. 어머니. 스승 모두가 하나같이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다

꽃의 향기를 찾아 날아드는 나비와 벌들의 행렬, 싱그러운 나뭇가지 위에서 노래하는 새들의 합창, 흐르는  속에서 분주하게 노니는 고기떼들, 그리고 자연의 미에 시와 노래를 보내고 영탄과 찬사를 띄우는 시인이 없다고 하면 삶에는 영원한 침묵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고산준령 태산을 오르다 보면 장강대천의 물줄기를 접하게 되고 무한한 사막을 달리다 보면 끝없는 지평선을 발견하게 된다.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 감격, 이것이 삶의 의미요 환희요, 감동이다. 

생명의 환희  얼마나 가슴 벅찬 감동인가눈빛같이 맑은 꽃에서 탐실한 열매가 맺히고 청명한 가을 하늘에서 서릿발이 영글면 원숙한 과일로 완성된다

 오월은 꽃의 향기로 자연의 세계가 가득하고 인간의 세계 속에는 인정과 사랑의 향기가 넘치는 달이다. 우리 모두는 닫힌 마음의 빗장을 풀고 가슴 가슴마다 오월의 향기로   가슴을 충만하게 채우는 기쁨을 맞이하자어린이들의  없이 맑고 샘물처럼 순수한  마음은 인류의 미래요, 영원에 잇대어   있는 위대한 선물이다.

어린아이의 마음 앞에 천국의 문이 열림이 약속되는 것도  때문이다

 어른들의 이기주의적 욕망으로 인하여 동심에 상처를 안겨 주고 병들게 하는 것처럼  불행은 인간사에 다시는 없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빅톨 위고의 지적이 어머니는 인류들의 고향임을 말해준다

모든 스승들은 우리들의 정신의 어머니요, 아버지들이다. 그들에 의하여 고고한 인류의 지성을 만나고, 고귀한 덕망을 배우고 참된 사명을 깨달으며 무한한 내일을 인식하기  때문이다오월 한 달 속에 어린이와 어버이와 스승의 날이 함께하여 우리들이 조그마한 정성이나마 베풀며 반길  있는 것은 인생의 그윽한 향기요, 고귀한 삶의 지표가 아닐  없다오월은 분명히 자연과 인간의 마음이 하나의 사랑으로 조화를 이룬 향기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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