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서로의 수호천사 /강민경
슈퍼 온실에 갔다가 동생 생각이 나
장미꽃 한 다발 샀다고 내 가슴에
안겨주며 ‘생일을 축하하는
언니의 마음 씀이 소중하고 고맙다
언니도, 나도, 세상에 태어날 때
벌써, 이 꽃과 같이
혈이 끊긴 줄을 알았어야 했는데!
누군가 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로
때로는 아름다운 존재로
숨줄을 잇느라 시 날 고 날
보살핌을 주고받아야 하는 처지라는 것
알까? 모를까? 애태우는 내 처지나
꽃 처지가 다르지 않다 싶은
자매 같은 깊은 눈으로 나누는
대화는 서로의 명줄을 늘린다
나는, 너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자부심에, 스스로 너의 수호천사가 되어
링걸 병을 갈고, 얼룩진 옷을 빨아 입히는
지극 정성의 하루하루를
내 영혼 즐겁게,
네 살로 채워지는 너의 존재는
방안에 나열된 컴퓨터, TV, 책상, 의자 등등
내 모든 생활과 어우러져 나를 보살핀다
혈 끊긴 지 오래인데, 이렇게 향기 나누는
너와 내가 있는 세상은 언제나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