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시인의 기념시, 축시, 조시 모음/(2)

2015.05.21 23:31

정용진 조회 수:490

3) 조시

 

헌시(3회 애국선열 추모식)

빛과 길이 되신 애국선열들께

정용진 시인

국운이 쇠하여

타의로 조국을 떠나

산 설고 막막한 이국땅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서

리버싸이드

오렌지 농장에서

멕시코 유카탄

용설란 필드에서

뿌리를 내리시느라

 

이마에는 먼지 땀이

손에는 사나운 가시의 상처가

발에는 피멍이 들어

영육의 아픔에 잠 못 이루셨음은

내나라 내 민족 사랑하심 이었네

 

철모르는 사진신부를 아내로

낮 설은 얼굴을 남편으로 섬기며

어린 후예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일깨워 주셨나니

님 들은 저희들의 혼이요 뿌리이십니다.

 

그 큰 고통의 멍에 속에서도

도산 안창호 선생이 내세운

조국 독립의 깃발아래

흥사단우로

국민회 회원으로

여자애국단 멤버로

구국투쟁의 열과 성을 다하셨으니

 

님 들은

한민족의 빛

한민족의 꿈

한민족의 길이셨습니다.

 

거친 이민의 백년이 지나고

새로운 희망의 백년을 향하는

이아침에

감격에 벅찬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고

애국선열들 묘 앞에

고개 숙여 헌시와 잔을 올립니다.

 

이제 저희들은

님 들께서 평생을 간구하시던

아메리카 신대륙에

꿈으로 키우신 후손들이

바르고 깊게 뿌리를 내리게

정성을 다하고

독립된 조국에 통일을 이룩하도록

신명을 다 바치겠습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동산에서

편히 쉬옵소서

빛과 길이 되신

애국 선열 들이시여.

 

* 이 시를 제3회 애국선열 합동추모제에 바칩니다.

 

 

大哭 崇禮門 燒失

                        秀峯 鄭用眞

朝鮮關門 崇禮門

國寶愛護 六百年

狂人放火 全燒失

世界韓人 痛憤淚

若問祖上 門消息

建在忘失 答乃何

後孫對顔 不面目

國民和合 保護財

 

숭례문 화재에 크게 곡함

 

조선의 관문 숭례문

국보 사랑하기를 6백년 하였네.

광인의 방화로 소실되었으니

세계 한인들이 통한의 눈물을 흘렸도다.

만약 조상들께서 문()의 소식을 물으시면

건재하다고 하나 소실되었다고 하나

어찌 답하여야할꼬?

후손들에게 얼굴을 들 면목이 없구나,

온 국민이 화합하여 문화재를 보호해야 하겠네

 

<조시>

김대중 전 대통령 영전에

정용진

한 생의 삶이

거칠고 험난하여

태산(泰山)을 넘으면

교악(狡惡)이 버텨섰고

민주주의를 향한 길목마다

걸림돌이 가로 놓여

 

치어죽이겠다

빠쳐죽이겠다

매달아 죽이겠다.

당근과 채찍 속에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험난하게 넘으신 인동초(忍冬草).

 

님은

화해와 용서

평화와 화합의 상징

행동하는 양심이십니다.

 

통일을 향한 일념은

한반도의 남단 하의도에서

대동강변 평양에 이어지고

6.15 공동선언을 통하여

조국통일의 꿈을 보여주신

민족의 위대한 스승이시여.

남은 과업은

지혜로운 후예들에게 맡기시고

 

이제

노벨 평화상의 아름다운 영광을

뜨거운 가슴에 않고

후광(後廣)

간절한 염원을 이룩하소서.

편히 잠드소서.

사랑합니다. * 후광은 김 전 대통령의 아호임.

 

<추모시 법정스님께>

스님은 좋으시겠습니다.

秀峯 鄭用眞 拜

 

極樂世界 蓮花臺

往生의 축복을 누리시고

법정스님은 참 좋으시겠습니다.

 

세속의 온갖 번뇌

아득히 잊으시고

一切衆生 皆苦

거운 인생의 짐을

다 내려놓으시고

天上天下 唯我獨尊

황금빛 미소로

고요히 웃으시는

부처님의 품안에서

涅槃에 드시고

法悅을 들으시다

다시 幻生 하소서.

 

사리도 줍지 마라.

헌옷을 입혀라

비석도 세우지 말고

내 책들은 다시 펴내지 마라.

 

스님 불 들어갑니다

뜨거워요 어서나오세요

중생들의 오열 속에

 

無所有

빈 맘 빈손으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훌훌히 떠나가신 스님.

 

合掌하노니

無爲寂靜

寂滅의 세계에서

부디 極樂往生하소서.

 

<조시>

함석헌 옹() 영전에

정용진 시인

 

들풀 같은 민중을

種子로 키우시고

씨알로 정의를 내리신

 

()은 백의민족의

상징이십니다.

 

흰 바지저고리에

두루마기를 걸치시고

세계를 돌아보신 후

김포공항에 내리실 때

할아버님세관법상

가방은 좀 보여주셔야 겠는데요.“

그 속에는 때 묻은 한복 수십 벌

세상구경 잘 하셨습니까? 하며

겸연쩍어 웃으니

 

세상 구경을 해?

나를 세상에 구경 시켰지

대쪽 같은 성품에

화롯불 같이

따사로운 유모어.

 

내 한마디 할까

남한은 북한보고 괴뢰라 하고

북한은 남한보고 괴뢰라 하면

바다 건너 가보면

두 놈 다 괴뢰지하셨다가

 

자유당시절

반공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 앉으시고

자유는 감옥에서 알을 까고 나온다.”

당당하시던 그 모습

 

박 정권 시절

칼을 휘두르며

군정을 4년 연장한다.

서슬이 퍼럴 때에

솔개도 대낮에 병아리를 채 가는데

너라고 못할 것 없지

계엄령을 펴고 백년이라도 해

그런데

왜 두루마기 속에 칼을 찿나

정곡을 찌르실 때

우리 민중들은 씨알의 설어움으로 울고

모두가 사시나무 떨 듯

못 싣는

김지하 시인의 오적

사상계에 싣고 감방에 가 앉아있는

장준하를 찾아가

 

이 사람은 바쁜 몸이니

내가 대신 들어가 앉고

준하는 풀어주지

하시던 의인의 모습

옹은

들풀 같은 민중을

종자로 키우시고

씨알로 정의를 내리신

백의민족의 상징 이십니다.

 

이제는 궤를 달리하셔

혼불로 살아서

저희들을 씨알로 자자라고

영원히 일깨우실

그 뜨거운 마음, 크신 사랑.

 

그러면 젊은 혼들아 일어나라.

이 고난의 짐을 지자. 위대한 사명을

받으면서, 거룩한 사랑에 불타면서

죄악에 더럽힌 이 지구를 메고

순교자의 걸음으로 고난의 연옥을 걷자.

그 불길에 이 살이 타고, 이 뼈가 녹아서

다 하는 날, 생명은 새로운 성장을 할 것이다.

 

진리는 새로운 광병을 더할 것이다.

역사는 새로운 단계에 오를 것이다.“

 

그 유언을 가슴에 키우며

살아 움직이겠사오니

옹이시여

영원의 불길로 솟아

끝없이 밝혀 주옵소서.

 

 

<조시>

늦봄 문익환 목사님 영전에

정용진 시인

 

조국이 힘을 잃은

칠흑의 밤

동토 북간도에서

꿈길을 열어

송몽규, 윤동주, 김정우와

가슴 깊이 지펴온

애국의 혼불.

 

갈한 박토

거친 들길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시며

 

한의 빛이여 깨어나라

한의 얼이여 숨트거라

통일의 그날을 맞이하자

 

안방은

칼 쥔 자에 내어주고

골방에서 밤샘하며

꿈을 비는 마음으로

이 나라 사랑하셨네

이 겨레 사랑 하셨네.

 

한생을 기다리며

망울 없는 강산에서

꽃을 피우려

피맺혀, 피맺혀

부르시던 늦봄이

이제 겨우 문턱에 다다른

문민(門民)의 언덕에서

홀연히 떠나가시니

 

님은

저 외로운 투쟁의 삶이

진실 된 민족의 얼로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민중의 마음속에

혈서로 새겨주신

통일 꾼 이십니다.

 

조국의 허리

판문점을 흐르는

임진강 물결이

끈임 없이 용솟음치듯

()으로 서린

칠천만 겨레의 염원이

가슴 가슴

문을 열어

통일을 이루는 그날

 

님의 묘전에

한빛의 불을 밝히고

꿈을 비는 마음으로

이 기쁜 소식에

가슴 벅찬 술잔을

올리오리다.

 

그렇게 사랑하시던 조국

겨레의 마음속에

늦봄으로

영원히 사시옵소서.

 

<조시>

장준하님 영전에

정용진 시인

자유를 잃은 자

살았어도 죽음이요

자유를 위하여 죽은 자

죽음 속에서 다시 살리니

남이시여 어이

가셨다 믿으오리있까,

 

서슬이 퍼어런

왜정의 칼날이

조국을 난마 할 때

중원의 넓은 땅에서

독립의 그날 향해

돌베개 베고 잤음은

이 나라 사랑하심이었네.

부정과 부패

독선과 아집이

강산을 누비던 그 시절

홀로 안방(감옥)에 앉아

사상계 권두언 난을

하얗게 비워 두시고

이 난을 메울 수 있는

자유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하시던 그 모습

우리는 그때 사랑방에서 울었나이다.

 

당신은

반 독재투쟁의 용장

민족정신의

금자탑이셨습니다.

우리는 굳게굳게 다짐합니다.

한 알의 밀알이 죽어

만폭이 자유의 푸른 싹이

돋아 오르리라고,

민주회복의 그 큰 과업

언론투쟁의 드높은 고개를 향하여

지친 몸을 잠시나마

쉬시자던 등산길이

영민의 길이 될 줄은...

슬픔이 강을 이루나이다.

 

가슴 가슴마다 응혈져

당신을 부르는 마음마다

못 이루신 그 과업

한처럼 타고 있으니

잘린 조국을 하나로 모으고

민주의 질서를 되찾는 날,

당신의 묘전에 향을 돋우며

승리의 잔을 부어올리리다.

 

조국을 위하여

바위처럼 살다가

외롭게 떠가신 별

어두운 하늘에

빛이 되어 나리소서

편히 쉬옵소서. (필자.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조시>

민주주의자 김근태님 영전에

정용진

진리를 찾아가는 길은 험난하고

정의를 따라 가는 길은 풍파로 덮여있기에

님께서 가신 길도 고난의 가시밭 길 이었네.

민주, 민족, 민중. ()자만 보아도 사지 육신이 떨리고

사대주의에 머리를 조아리던 독재자들이

민청련의 푸르고 그 힘찬 깃발을 보았으니 광기가 발동하지 않았으랴.

제적, 강제징집, 수배, 투옥. 온갖 만행으로 점철된 뼈아픈 일생.

 

이 세상

근대사에

안 태어나야 될 인간 말종,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기고문, 물고문에 날바닥을 벌개 벗은 채 기며

살려 달라 울부짖는 끔직한 비명소리가 아직도 들려오는

남영동 분실 515호실, 물고문용 욕조가 눈을 뜨고 있다. 시퍼렇게,

쥐꼬리만 한 뉘우침이라도 있어, 죄스러운 마음으로

어느 경찰관이 갖다놓은 꽃다발은 향기는 있는가, 참회는 있는가,

민주주의자 김근태 시퍼런 젊음을 강제로 끌어다가

바닥에 깔아놓은 빨래처럼 전기다리미로 문질러대던 악마는

지금, 어느 골목에서 찌그러진 깡통을 주워 담으며, 파지를 모으는가

인간이 이성을 잃고 광기가 발동하면 동물의 차원으로 전락하는 것

너의 망동이 그러하였음을 하늘과 땅과 인간들은 다 안다.

지옥은 죽어서만 가는 곳이 아니다. 살아서도 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남은 삶을 살이 오그라들고, 뼈가 마르도록 아프게 느끼며 통회하거라.

 

김근태 민주 열사여!

이 나라 이 민족의 양심이여!

영원토록 활활 타오를 정의의 횃불이여!

수난 받아 전신에 멍이 들고, 고문으로 갈 갈이 찢어진

병들고 피곤한 알츠하이머의 육신은 모란공원에 뉘이시고,

평소 즐겨 부르시던 사랑으로를 노래 부르며 편히 쉬옵소서.

그 아픈 영혼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

모란꽃으로 피시오라. 피시오라. 영원히 피시오라.

인간의 가치는 그가 품고 있는 희망에 의해 결정된다고외치시라

님을 사랑하는 우리 국민들은

()나라 충신 악비(岳飛)를 모함하여 죽게 한

진회(秦檜), 그 부인 왕씨, 만준(萬俊), 장준(張俊), 간신들을

악비의 무덤 앞에 동상으로 만들어 무릎을 꿇리고,

손을 뒤로 묶어 놓고. “여기에 침을 뱉지마시오.” 써놓았듯이

그렇게 하오리다, 그렇게 하오리다.

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그렇게 하오리다.

 

 

<추모시>

김필례 교장선생님 영전에

정용진 시인

 

민족이 힘을 잃어 조상들이 물려준

삼천리강산을 왜적에게 빼앗기고

몇 천년을 지켜온 배달겨레의 터전을

못내 지키지 못하고 잃은 채 통분하였던 우리들

 

임께서는 뜻이 높으시고 민족과 딸들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남다르시어 기독교 정신으로

1922년 김활란. 유각경. 선지자들과 힘을 모아

여성들의 개척의 첩경인 YWCA 를 창설하시고

김활란 박사가 이화(梨花)를 다시 세우실 때

정신(貞信)을 복교하여 이 나라 이 딸들을 키우셨네.

 

굳건한 믿음

고결한 인격

희생적 봉사

 

이 얼마나 거룩한 외침이요

민족의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인가.

여기에서 한국 여성의 기둥 김마리아가나오고

수피아등 전국 도처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이 조국 이민족을 선도(善道) 함이여!

전심을 기우려 나라를 염려하시고

정성을 다하여 딸들을 키우심은

이 나라 이 겨레 사랑이시었네.

 

종로구 연지동 옛 정신의 터전에

하늘을 향해 천년을 우람히 솟은

거대하고 뿌리 깊은 회나무처럼

그 사랑, 그 의지, 그 정열로

가득히 넘치는 님의 거룩하신 정성이여.

 

정신의 아름다운 딸들이여

만년을 무궁도록 푸르거라.

길이길이 빛나거라.

이 나라 이 겨레의 영원한 내일을 위하여

빛나는 조국의 위대한 어머니들이 되거라!

 

* 김필례 선생님은 일제의 압력으로 페쇄 된 정신학원을 재건하셧음.

 

<필자. 전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장>

 

<조시>

이창식 목사님 영전에

정용진 시인

 

조국을 잃어

민족이 방황하던 1927

만주 땅 용정에서 태어나

믿음의 가정에서 자라

주님의 소명을 받고

목자의

어려운 길을 택하신

이창식 목사님

 

아브라함처럼

정든 고향을 떠나

이민의 고비 길에서

힘겨워 방황하는

어린 양떼들에게

 

모세의 지팡이를 들어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밝은 빛이

저기 있다 가르치시던

이 시대의 크신 전도자

 

님은

저희들이 사랑하는

믿음의 아버지이십니다.

 

항상

사랑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겸손의 띠를 허리에 두르고

봉사의 덕을 손수 보이시며

순종과 인내의 삶으로

78수를 복되게 엮으신

아름답고 귀한 열매

이제

여기 모인 저희들 모두는

천사의 도시에서

육신의 얼굴로는 이별하지만

주님께서 예비하신

영원한 본향이 있기에

슬픔과 눈물을 감추옵니다.

 

우리 모두가 남기고 떠나온

조국 땅이 바라다 보이는

장미동산에서

안식을 누리시며

영혼은 주야로 갈망하던

하늘나라에 입성 하시어

주님의 사역에 동참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천국에서 영생의 축복을 누리소서.

 

 

<추모 시>

이선주 목사님 영전에

정용진 시인

조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와 같던

1934515

조국 수호의 명장

이순신 장군의 노량대첩 연안

전남 광양에서 나시니

 

눈에 보이는 것은 우국(憂國)이요

귀에 들리는 것은 우민(愛民)이라

뜻한바 절절하여 명문 연세대학에서

국제 정치학을 배우시고

한양, 단국대학에서 가르치시다가

더 큰 꿈과 높은 이상을 펴시려고

1966년 미주 땅으로 옮겨와

민족 언론 부재의 황량한 대륙에서

미주동아. 미주중앙. 미주 크리스천헤럴드.

편집국장을 역임 하면서

해외 동포들의 길잡이 역할을 하시며

내나라 내 민족의 혼을 일깨우심은

한얼 백성들의 내일을

염려하고 사랑하심 이었네.

 

다시 깨달아

참 삶의 길이 여기에 있구나 생각하고

한미신학교와 샌프란시스코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전공한 후 목사가 되었고

민족지 뿌리를 창간하여

조국과 미주 한인들의

근원을 찾아보려 고심하였으며

그 후, 조국 독립의 참 지도자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깊은 뜻을 따라

흥사단 단우가 되었도다.

 

그는

목사로서

언론인으로서

이민 기록자로서

인권 운동가로서

우리 후손들의 올바른 이 나라 정착과

한 민족의 원대한 염원인

조국 통일의 초석을 다지기 위하여

불철주야 노심초사 하시다가

2014210일 천수 80으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훌훌히 떠나가시니

참으로 애달프고 슬프도다.

 

님은

우리들의 곁을 떠나 가셨으나

우리 앞에 남겨주신

그 족적(足跡)이 원대하고

유업(遺業)이 형형(炯炯)하니

우리 모두는 뜻과 마음을 다해

그 길을 따르오리다.

이제, 부디 편히 쉬시고

주님의 품안에서

영생 복락을 누리소서. (전 미주한국 문인협회 회장)

 

4) 나의 귀거래사(歸去來辭)

 

秀峯 歸去來辭

秀峯 鄭用眞

 

나 이제 추계동(秋溪洞.Fallbrook)

새 고향에 짐을 풀고 살리라

한 때는 온 세상이 다 내 것인 양

날뛰고 방황하였으나

이 모두가 헛꿈이요

헛일이로다.

 

마음을 펴려 하여도

펼 자리가 없고

선을 행하려하나

악의 뿌리가 너무 깊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험한 인생의 밭을 갈면서

삶의 고귀함을 배웠고

이웃과 더불어 정을 나누며

후회 없이 살아보려고

동산에 해가 뜨면 일어나

서산에 황금빛 노을이 걸릴 때까지

땀 흘려 일하고

손발이 부르트도록 애를 썼나니

 

어느 누가 나를 탓하며

내 누구를 원망하랴

부귀를 원하였으나

이 모두 부질없고

공명을 바랬으나 허사임을

이제 늦게 깨달았노라.

 

내 인생에서

지금 이 시간이 참 나의 시간이요

오늘 내 모습이 참 나 자신이로다.

 

내가 남을 향하여

웃음을 보내면

남도 나에게 미소로 화답하고

내가 남을 향하여 얼굴을 붉히니

남도 나에게 화를 내는 구나.

 

나의

진정한 고향은

경기도 여주군(驪州郡) 여주읍 가업리(稼業) 50번지

북성산(北城山)과 구곡산(舊谷山)이 마주보고

연하천(煙霞川)

마을 심장을 굽이도는 황금들

송진덩이 같이 찰진

자채쌀이 풍년인

청명한 땅 이지마는

하늘이 내게 명하여

San Diego County Fallbrook(秋溪洞)

아브라함처럼 옮겨와서

아내와 함께 자식들을 키우며

시심(詩心)을 닦았나니

이 땅 여기가 바로

나의 새로운 고향이로구나.

 

나는 이 새 터전에

인생의 닻을 내리고

남은여생

창작의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열매를 거두며

후회 없는 삶을 엮으리로다.

 

 

내가 남을 탓하니

남도 나를 원망 하는 도다

어허!

이 모두가 빈 꿈이요

허영에 찬 가식이로다.

 

하늘은

땅을 향하여 빛을 발하고

산천초목들은 단비를 맞으며

춤을 추는 구나

철따라 백화가 만발하고

그 향기가 울안에 가득 하여라.

 

여름에는

곡식과 과목에

물과 거름을 주고

가을에는

주렁주렁 열린

과일들을 거두어 드리며

찾아오는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리라.

 

그러나 나는

신륵사(神勒寺) 종소리가

여강(驪江)에 울려 퍼져

푸른 물굽이로 요동치고

백자를 굽는 학동(鶴洞)

저녁연기를 잊을 수가 없구나.

 

어릴 때 벌거벗고 미역을 감던

고향의 정겨운 친구들

이제는 머리에 서리가 내려

하나 둘 이승을 떠나가고

어린것들이 미루나무처럼 자라서

눈앞에 가득하니

이제 무엇을 더 바라며 원하랴

참으로 가슴 벅차고

감사가 넘쳐나네.

 

떠나온 조국이 하도 그리워

문 앞에는 우리나라 국화(國花)

무궁화를 심었고, 울 가에는

산수유, 대추, 사과, , , 자두, 포도, 앵두,

석류, , 오렌지, 레몬, 자몽, 목련, 개나리,

장미, 국화와 세한삼우(歲寒三友)를 심었도다.

이들이 철따라 꽃을 피우고

향기를 발하며 열매를 맺으니

참으로 고향인 듯싶구나.

 

미주문협에서 문우들과 시심을 논하고

오렌지 글 사랑 모임에서 후진들의

창작지도에 힘을 쏟으니 이보다 더한

삶의 보람이 어디 있으랴

 

나 이제 새 고향에 머물며

미주의 문물을 더욱 익히고

성경을 읽고, 공맹(孔孟)의 덕을 쌓으리라

 

날이 맑으면 과원에 나가

과목을 다듬고

날이 흐리면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고전을 읽고, 시를 쓰면서

고금의 진리를 깨우치리니

내 고향 여주인(驪州人)

목은(牧隱) 이색(李穡)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

시심을 닮기를 원하노라.

 

나 그동안

한얼의 민족혼을

일깨우는 심정으로

시를 짓고 글을 썼으며

동포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마음으로

꽃을 심고 과목을 다듬으며

농작물을 길렀도다.

 

추계동산가에는

봄에는 장미주가

가을에는 국화주가

숙성하여 향을 발하나니

함께 나누어드세나

 

천명이 다하여

이 세상을 떠나는 날

나의 육신은

Rose Hills Memorial Park

Adoration Meadow 3435-3,4에 쉬며

영혼은 천국에 들어가 주님을 섬기면서

영생의 축복을 누리고

밤에는 은빛으로 쏟아지는

달빛을 받으며 별을 헤이고

낮에는 태평양 넘어 떠나온

조국을 바라보면서

후예들을 위하여 기도하리라

조국과 미국과 이웃을 사랑하리라. <大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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