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신재시인의 모든시를 영역한 것이 아래 링크에 있습니다.
http://www.newlifeforum.us/xe/index.php?mid=poetryboard&category=3717


제목이 굵직하게 된 시는 영역한후 유튜브에 비디오로 올려졌습니다.

모두 어디로 갔을가

차신재 2014.10.09 13:33 조회 수 : 225 추천:5

모두 어디로 갔을까
                 차신재

오랜만에 찾아 온 고향
포클레인에 허리가 잘려나간 채
발가벗고 누워있는 뒷동산
도랑 건너 순이네 초가집도
토담아래 민들레와 제비꽃도 흔적이 없다

마을의 저녁 골목을
강줄기마냥 휘감아 돌던
청솔가지 매운 연기도 전설 같은 이야기
옛 모습 그대로 맞아주는 건
하늘과 바람 뿐이다

메뚜기 떼 날아오르던 논둑길로
공사용 트럭이 달리고
관광버스와 날씬한 승용차 뒤를 따라
핸드폰을 목에 건 노인이
경운기를 몰고 오는 낯선 풍경

세참에는 논밭 머리에
자장면과 짬뽕이 배달되고
마을회관에 설치된 스피커에선
핵발전소 건립을 반대하는 구호가
종일 울어대는 오늘의 고향

퍼내어도 퍼내어도 넘쳐나던 동네 우물은
바싹 마른 유령같은 몰골로 앉아 있고
후손 없는 봉분처럼
군데군데 널브러진 쓰레기더미엔
빈병과 비닐봉투가 절반이다

산과 산 사이에
층층이 앉아있던 논밭에는
펜션이란 낯선 문패가 여기저기 붙어있는데
그 많던 참새와 허수아비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 파랗게 눈 뜬 별이 되고 싶어 [1] 차신재 2014.10.06 217
68 마른 꽃 [1] 차신재 2014.10.06 120
» 모두 어디로 갔을가 [1] 차신재 2014.10.09 225
66 그리운 꽃 [1] 차신재 2014.10.09 167
65 시에게 [1] 차신재 2014.10.09 111
64 초승달, 그 쌀쌀한 눈매 [1] 차신재 2014.10.09 268
63 담쟁이 [1] 차신재 2014.10.09 107
62 이렇게 기막힌 가을이 [1] 차신재 2014.10.11 188
61 그리움에게 [1] 차신재 2014.10.11 175
60 우리는 알고 있다 [1] 차신재 2014.10.11 129
59 하나님 전상서 [1] 차신재 2014.10.13 243
58 사람들은 무서워한다 [1] 차신재 2014.10.16 117
57 어느날 오후 [1] 차신재 2014.10.16 254
56 비 오는 날의 편지 [1] 차신재 2014.10.16 288
55 그 바람 소리 [1] 차신재 2014.10.16 110
54 어머니의 모습 [1] 차신재 2014.10.21 145
53 꽃씨 [1] 차신재 2014.10.27 165
52 거미가 웃는다 [1] 차신재 2014.10.29 212
51 노을 [1] 차신재 2014.10.29 155
50 눈 내리는 날의 단상 [1] 차신재 2014.11.06 163

회원:
4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53,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