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의 외출

2004.05.19 01:14

최영숙 조회 수:331 추천:20

회장님,
시케이다(cicada), 이 매미떼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문을 닫고 있어도 이네들이
짝짓기를 위해 몸으로 내는 소리가 마치 소나기
쏟아지는 소리 같기도 하고 파도가 밀려 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대단한 소음입니다.
하지만 십칠년 만에 한번 나타난다 하기에 측은해서 집앞에 날아와 앉은 아이들을 그대로 놔두고 보는 이곳 인심입니다. 어느 레스토랑에서는 시케이다 특별 요리를 내놓았다고는 합니다만.
아무리 소리가 커도 그게 인공의 소음이 아니고 자연의 소리라 그런지 그다지 괴롭지는 않네요. 산책로는 ,그들의 허물과, 날기까지 사흘을 기다려야 하는 애기 매미들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뉴스로만 듣다가 막상 눈앞에서 처음 보게 되었을 때는 좀 두렵더군요. 그런데 어린 매미들의 점찍어 좋은 듯한 빨간 두 눈을 보고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애개개, 매미잖아!
이집트에 내려졌던 메뚜기 재앙이 연상되는 날들입니다.
' 개나리 핀날'의 귀한 위로에 감사하며 지금 저는 상추밭에서 여린 상추를 솎아 먹으면서 초 여름의 활기를 전합니다.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1
전체:
16,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