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

2007.02.09 04:50

정해정 조회 수:231 추천:43

여기
객지에 한 아이가 누었습니다.
바람이 한줄기 지나가더니
아이는 일어나
뱅글뱅글
바람개비를 돌립니다.

이제는 바람이 없어도
아이는 바람개비를 입에 물고
달음질 칩니다
손에 쥐고 돌리는 바람개비를 따라
아이는 동글동글
동그라미가 됩니다.

바람개비에 감기는 바람은
꽃잎을 흩날리며
향기로 쏟아집니다

아이는 바람의 향기를 마시면서
바람개비 속으로 들어갑니다
하늘을 헤치며 훨훨 구름속을 납니다
거기가 바로 엄마 품 속인지도 모릅니다

눈부신 꽃밭을 봅니다
눈부신 별밭을 봅니다
별이 깜박이는데 아이는
흐르는 은하수 끝자락을 잡습니다

아이는 다시 잠이들고
묘비 옆에서
바람개비 홀로 객지에 남아
뱅글뱅글 돌고 있습니다.

        -1993년 한국일보 문예공모 등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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