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옥수

2007.03.26 11:25

정해정 조회 수:598 추천:20

  <손>이란 우리 몸에서 가장 솔직하고 예민하게 마음을 대행하는 부위이다.
  ‘할매손은 약손’ 이란말을 우리는 많이 듣고 경험하며 자랐다. 어렸을적 배가아플때(꾀병일때라도)  할머니는 ‘내 손은 약 손’ 하면서 아픈곳을 손바닥으로 쓸어주면 아픔이 사라지거나 잠이 들거나 했다.

  독일 의학자 메스마는 그럴때 손가락 끝에서 ‘자기’가 나와 진통이나 최면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사람은 기도를 할때 두손을 모은다. 두 손 바닥과 손가락을 맞추며 무의식중에 흩어진 마음을 한데 모은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다. 부모나 남편이나 아끼는 가족이 죽어갈때 손가락을 잘라 핏방울을 입에 흘려 넣는 마음도 우리민족의 심성깊은 곳에 잠재해 있는 손과마음의 일치가 아닐런지.

  사람은 자기의사를 표현할때’수화’가 아니라도 80% 이상을 손으로 대신할수 있다고 한다.
  약지에 반지를 끼는것이나 새끼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하는것도 그렇다. 또 소원을 빌때나 용서를 빌때 양손을 맞대고 비빈다. 우정과 협조의 상징으로악수를 하는것은 보편적인 관습이다.
  법정에서 손을들어 거짓없는 증언을 맹세하는가 하면 대통령 취임 식 때는 성경에 손을 얹고 서약을 한다. 그리고 자기를 보증하는 뜻으로 지문을 찍는다.

  LA 의 명소인 헐리웃의 맨스차이니스 극장앞에 찍혀있는  스타들의 손자국은 관광객 들에게그 스타의 영광된 일생을 되돌아 보게 하고 있다.
  기독교 에서는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한다. 손을 통해서 성령이 전달됨을 믿기 때문이다. 카돌릭 에서는 손가락으로 이마와 가슴, 양 어께에 십자성호를 그으며 신과 나, 나와 이웃을 생각한다.

  동 서양 어느나라 에서나 손으로 표현해서 통하는 공통점 중에 손을 활짝 펴는것은 우정과 평화를.주먹을 불끈 쥐는것은 공격과 위험의 표시이다. 동양권인 일본, 중국, 한국에서는 뜻이 거의 같은 손에 대한 속담이 많이있다.

  마음이 넓고 씀씀이가 큰사람을 <큰손>이라 부르는가 하면 억울한 일을 호소하며 자신의 진심을 맹세할때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 일을 쉽게 해결한다 해서 <손이 빠르다> 변덕 스런 마음을< 손을 뒤집듯한다> <손이 아무리 커도 하늘을 못가린다>하는 속담은 아무리 능력이 있는사람도 혼자서는 큰일을 해 낼 수 없다는 뜻이다. 이빢에도 손에 관한 속담이나 이야기는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다.

  나는 언제 부터인가 누구를 만나면 손을 먼저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 손을 보면서 나름대로 그 사람을 상상한다.옛 친구를 생각할 때도 그 사람의 얼굴과 손이 동시에 떠 오른다. 촉촉하고 앏은손. 두껍고 믿음직 스러운 손. 섬세하고 고운 손. 거칠고 강한 손… 등등에서 세월과 추억들이 새록새록 일어선다. 특히 보드랍고 연한 엄마손을 생각하면 지금 이 나이에도 가슴이 뭉클해져 눈물이 핑 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과 동일 하다는 손이 저지르는 일 또한 엄청날 때도 있다.
  방향을 가르키는 조그만 검지 손가락 하나가, 손가락질로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며 역사를 바꾸어 놓기도 한다.

  미인의 대명사로 <섬섬 옥수>라는 말이있다. 손이 육체의 수행자 라면 이 험하고 거친 세상에 우리의 마음도 늘 섬섬 옥수 처럼 곱고, 섬세하고 아름다울수 있었으면 좋겠다.

  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오만가지 꽃들이 만발한 이 대지에 그리고 보드라운 향기가 나는 저 하늘에 손을 활짝 펴서 박수를 쳐 보자.
  멋있는 세상 천지를 향해 힘찬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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