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포지교

2007.03.29 02:46

정해정 조회 수:222 추천:21

<관포지교>란 옛날 춘추시대 제나라에  ‘관중’과 ‘포숙’의 아름다운 우정 이야기를 말함이다.

가난한 관중은 항상 포숙을 속이기도 하고, 피해를 입히기도 하지만 포숙은 그럴때 마다 속 상해 한다거나 화를 내지않고 오히려 관중을 이해하고 믿었으며 사랑했다.

그 후 그들은 청년이 되자 공교롭게도 관중은 공자 ‘규’ 를 섬기게 되고, 포숙은 규의 동생인 ‘소백’을 모시게 됨다. 규와 소백은 왕위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다가 제양공이 죽자 포숙이 모시던 소백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
왕위에 오른 소백은 한 때 자기의 목숨을 노린 관중을 옥에 가두고 목을 치려 했다. 이때 포숙은 관중을 도와 오히려 왕에게 추천하여 제나라의 국정을 맡기게 한다. 이 후 환공은 천하의 패권을 잡게 되는데 그것은 모두 관중의 지혜 때문이었다.

포숙은 관중을 천거한 후 자신은 관중의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그를 받들었다. 세상사람들은 관중의 재덕을 칭찬하기 앞서 관중을 사랑하고 보살핀 포숙의 우정을 더욱 높이 샀다.
훗날 관중은 포숙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예전에 가난했을때 포숙과 함께 장사를 한적이 있었는데 이익을 나눌때는 내가 더 많이 차지하곤 했었다. 그럴때 포숙은 나를 탐욕 스럽다고 하지 않고, 내가 간난하기 때문이라고 눈을 감아주었다. 또 내가 포숙을 대신하여 어떤일을 벌이다가 실패하여 포숙을 곤경에 빠뜨렸을때 포숙은 나를보고 어리석다 하지않고 시운이 나빴기 때문이라 했다. 더욱 잊을수 없었던일은내가 세번 싸움에 나가 세번 모두 도망쳤을때 포숙은 나를 비겁하다 하지않고, 내게는 늙은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라 했다.
또 규가 왕위를 놓고 다투다가 패하자 내가 굴욕을 당했을때 포숙은 나를 수치를 모르는자라 하지않고,사소한 일에는 수치를 느끼지 않으나 천하공명을 날리지 못함을부끄럽게 여길 줄 아는 자라고 나에게 국사를 맡도록 해준 친구이다.”

  언제들어도 너그러운 이해와 사랑이 담긴 우정이다. 세상만물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속에서 우리들 몸과 마음또한 변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영원히 변하지 않은것이 있다면 바로 <우정>이 아닐런지.
포숙이 관중을 이해하고  사랑했듯이 이해가 없으면 사랑은 불가능 할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간혹 친구가 필요 없다는 사람을 만난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친구처럼 좋은것이 어디있느냐고 하면, 친구란 있어봤자 손해와 상처만 줄 뿐 이라한다. 이럴때 관포지교를 얘기해 줄까 하다가 비위가 상해 그만 둔다.
“믿지도 않고 속지도 않는 사람보다, 믿다가 속는편이 더 행복하다” 라는 글을 본적이 있다. 동감이다.

우정에도 비극은 있기는 있다. 그것은 이별해서도 아니요, 한 사람이 죽어버려서도 아니다. 그 비극의 씨앗은 믿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데서 싹이튼다.

사람이 일생에 믿을 수 있는 친구 셋만있으면 족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무슨 복인지 생각만해도 봄 향기 같이 포근하고, 마음이 놓이는 친구가 여럿있다. 이들은 몇 십년지기 몇년지기로 씨를 뿌리고, 싹을 티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가고 있는중이다.
하느님 께서 주신 특별한 은총이요,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 가지 부끄러운 사실은 지금까지 관중의역할로만 살아온 것이다.즉 이해만 받고 크나큰 사랑만 받아온 우정이 다. 철이 안든 실수 투성이를 다독거려주고,눈을 감아주고 용서를 해준 <우정>.
지금부터라도 포숙의역할을 맡아 이해와 사랑을 베풀면서 살아야 겠다.
새봄이 오는 문턱에서 봄같은 마음으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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