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과 초파일

2007.04.04 13:51

정해정 조회 수:508 추천:43

음력 4월 8일은 <초파일> 명절이다.
이 날은 석가모니 탄생일로 정하고, 부처님 오신날 이라고도 한다.
개화기만 해도 초파일날 저녁에는 집집마다 대문에 식구 수 만큼 등을 만들어 달았다고 한다. 부자집은 식구 수에 관계없이 수백개의 등을 달기도 했으니 밤이면 장안이 온통 불야성을 이루었다고 한다.

노부모가 계신 집에서는 노부모를 업고 남산에 올라가 등구경을 시켜 드리는 것을 효도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등은 어둠을 밝힌다는 뜻으로 부처님의 덕이 세상의 어둠을 밝힌다는 의미이다. 한지에 여러가지 축문을 적어 만든 등에 불을 밝혀 부처님의 덕을 기렸다. 그 불이 밝을 수록 길하다고 믿었다.
등불이 밝은 것은 성스러운 지혜이고, 어둠은 모든 업의 맺힘이라 했다. 캄캄한 중생의 마음은 곧 어둠이고, 밝은 등불은 부처님의 진리라 했다.
부처님이 말씀 하신것이 마치 등불이 빛을 밝히는 것과 같다 라고 <대야반경>에서 부처님의 진리를 등불에 비교 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전통 민속 가운데 연등은 가장 오래되고,가장 생활화 되었던점으로 봐서 불교와의 관계 이전에 초파일 명절은 대중민속문화가 아니었나 싶다.
초파일은 불교의 최고명절이지만 연등행사는 신라때는 정월 보름, 고려때는 이월 보름. 그러다가 고려 고종때 부터 사월 초파일로 행해졌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시대에 와서 이 날은 집집마다 연등을 하고,소찬을 차려 손님을 초대하거나 길가는 사람을 불러 나누어 먹는 풍습이 생겼다. 느티나무 연한 새싹을 뜯어 떡가루에 섞어 설기를 만들고 검은 콩을 볶아가지고 다니며 길가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며 불가와 인연을 맺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니, 이 모든것들이 우리 선조들의 <나눔>의 풍습이 아니었나 생각하니 절로 가슴에 등불이 켜지는듯 환해 진다.

초파일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이 날은 어린부처님을 축하하기 위해서 어린이의유일한 명절이라는 것이다. 이날은 불교 신자건 아니건 간에 아들딸 수만큼 등을 달고 어린이들의 복을 빌었다. 또 어린이 들이 받는 대우는 요즘 어린이 날에 받는대우보다 훨씬더 위함을 받았다고 본다.

이날 거리의 중심에는 장난감 가게가 선다. 사내아이 에게는 호랑이, 피리, 오뚝이 등등을 팔고, 여자아이 에게는 각시, 가마, 조화등등 소꿉놀이를 팔았다. 이런 장난감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사주는것이 의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초파일이 다가오면 가면을 쓰고, 색종이 깃발을 휘날리며 집집마다 초파일 연등 비용을 얻으러 돌아 다녔고 통행금지도 해제되는 이날밤은 즐겁기만한 초파일 전야제 였다.
느티나무 잎에 찐 시루떡,검은 콩 볶음, 미나리 김치국은 어린이들이 어느집에가나 대접받는다. 또 제 나이만큼 각기 다른집 에서 검은 콩볶음을 얻어먹으면 부처님의 은공을 입는것으로 믿었다 한다.

이날밤 어린이 들은 함지박에 물을담고 바가지를 엎어막대기로 율동있게 두드리며 즐겁게 노는 풍습도 있었으니 어린이들은 얼마나 신이 났을까.
금년에는 초파일과 어린이 날이 열흘정도 차이가 난다. 이 세상이 끝날때 까지 계속해서 태어나고 자라나는 어린이 들과 유난히 슬기롭고 선량한 우리선조들을 다시한번 조용히 생각해 본다.

이번 초파일 밤에는 엘에이 에 있는 절에가서 연등행렬을 구경해 보리라 마음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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