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

2007.04.09 12:09

정해정 조회 수:708 추천:33

    나는 거울 앞에 앉아 새삼스레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세월의 주름살보다 이민살이의 주름살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요즈음에는 젊은 사람도 ‘보톡스’라는 주사를 맞아 주름살을 제거 한다는데, 주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지, 일시적이라 한다. 성형주사나 화장품으로 과연  얼마나 주름살을 제거할 수 있을는지.
    사람은 20세까지는 성장만 하다가 그 후부터는 서서히 노쇠현상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눈언저리의 주름살은 20세부터 생기고, 이마의 주름살은 30대후반에, 40대후반이 되면 입언저리에 주름살이 잡힌다고 한다.

    서양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눈가의 주름살은 <이성의 참맛>
    이마의 주름살은 <인생의 참맛>
    입가의 주름살은 <천리의 참맛>.
    생각해 보면 주름살이란 살아온 삶의 표증인데도 그것을 받아드리기 싫은 마음은 동서양,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은가 보다.

    시중에는 주름살 방지약, 주름살 제거크림, 보톡스 주사… 등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범람하고 있다. 심지어 주름살은 일종의 피부병이라고까지 하기도 한다.
동양 고대의 미용비방책인 <의심방>에도 주름살 펴는 약방이 나와 있고, <동의보감>에도  주름살 방지처방이 나와있다.

    서양에서는 최초로 주름살 제거법을 쓴 사람은 네로 황제의 아내였다한다. 주름살 제거에는 나귀젖이 특효라하여 나귀젖으로 목욕을 했으며, 나귀젖으로 세수를 했다. 네로의 아내에게 나귀젖을 대기 위해 5백 마리의 나귀를 길렀으며 그 나귀를 기르는데만 노예를 5백명을 거느렸다한다. 네로의 아내가 여행을 갈 때면 이 나귀 부대가 수행을 했다고 하니...
이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얼마나 복잡했을까. 그래서 그랬는지 네로의 아내 피부는 늙어서도 계란껍질같이 매끌매끌 했다고 한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언제 왔는지 등 뒤에서 딸아이가 서 있다. 나는 대뜸 말했다.
   “얘! 에덴동산 ‘이브’도 주름살 때문에 고민했을까?”
   믿도 끝도 없이 뱉은 내 말에 딸아이는 어이가 없는지 대답은커녕 눈만 흘기고 지나간다.

    옛날에 어느 정승이 뜻한 바 있어, 속세를 버리고 금강산 깊숙이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산새, 들집승들과 살았다. 늙도록 잔주름하나 생기지 않은 정승의 모습이 늘 궁금하던차 모시고 있던 제자가 어느날 비방이 뭐냐고 물었다. 정승은 한마디로 대답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에 주름살을 긋지 마라”

    문득 당나라 ‘한산’의 시가 생각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미움도 벗어놓고
    물처럼 바람처럼 /살다 가라하네.

    이렇게 산다는 것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 얼굴에 주름살이 없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봄에는 항상 경기가 좋아진다는 소문이 들린다. 정말 소문대로 경기가 좋아져서 이민살이에 늘어만 가는 주름살도 펴질 수 있는 새봄이었으면 좋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 듀랭고 마을의 아침 정해정 2007.04.10 514
60 거라지 세일 정해정 2007.04.09 681
59 삶의 향기 정해정 2007.04.09 547
58 분수와 푼수 정해정 2007.04.09 583
57 아! 가을냄새 정해정 2007.04.09 558
» 주름살 정해정 2007.04.09 708
55 스승의 날에 정해정 2007.04.04 702
54 어린이 날과 초파일 정해정 2007.04.04 508
53 LA의 무궁화 정해정 2007.04.04 584
52 술이야기 정해정 2007.04.04 427
51 삶의 힘은 스트레스 정해정 2007.04.04 506
50 서울서 온 편지 정해정 2007.04.01 387
49 한솥밥 한식구 정해정 2007.04.01 478
48 <이야기할아비>와 <샌타클로스> 정해정 2007.04.01 395
47 미안해 로미오 정해정 2007.04.01 329
46 열쇠문화 정해정 2007.03.29 402
45 등잔 밑 정해정 2007.03.29 506
44 인사동 장날 정해정 2007.03.29 518
43 관포지교 정해정 2007.03.29 222
42 건망증도 병인가 정해정 2007.03.26 339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3
전체:
34,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