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valley

2008.09.26 03:25

이영숙 조회 수:315 추천:106

“Death valley ”

1월6일, 새벽 3시에 일어났다.
전날 밤은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소풍날을 하루 앞둔 국민학생처럼.  밤을 세운 나는 3시에 일어나서 준비하여 3시 40분에 출발하였다.  많이 피곤하였었지만 그래도 마음을 즐거웠다.
언제부턴가 한번 먼 거리를 차를 운전하며 여행을 하고 싶었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온 것이다.  남편과 함께 Death Valley를 다녀오기로 하고 떠나는 길이다.  은별이는 이제 다 컸다고 그러는지 어디든 함께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은별이를 때어놓고 가는 둘만의 여행도 싫지 않기에 억지로 은별이에게 권하지를 않았다.
남편은 옆에서 지도를 보고 나는 운전을 하며 열심히 어두운 새벽길을 달렸다.  4시가 겨우 넘은 그 시간에도 어찌하여 프리웨이는 그렇게도 복잡하고 많은 차들이 다니는지 정말 모두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었다.  매일 그렇게 일찍 출근을 하는 사람들도 그 중에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열심히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풍요로운 삶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하여졌다.  
때로는 힘들고 피곤하여 쉬고 싶을 때에도 그들은 억지로라도 떨치고 일어나 일터로 향할 것이라는 생각에 나도 앞으로는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다짐으로 나의 마음이 숙연하여지기까지 하였다.
2시간 남짓 달려 주유소가 보이길래 기름도 더 채워 넣고 간단한 먹을 것도 준비할 겸 들렀다.  새벽에 출발하면서 기름을 가득히 채워와서 한 절반 정도 남아있는 상태였었지만 혹시 가다가 주유소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기에 이참 저참 들렀다.  빵을 사서 준비하여간 커피와 간단히 먹고 너무 피곤하여 잠시 쉬어가려고 눈을 붙였다.  잠이 오지는 않았지만 눈을 감고 쉴 수가 있었다.  온 몸의 근육이 모두 이완되는 편안한 느낌이었다.  잠을 자지 못하였어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된다는 기분이었다.
얼마간을 쉬어서 다시 일어나 출발을 하였을 때는 몸도 마음도 아주 가볍고 상쾌하였다.  먹고, 기름 넣고, 쉬는 모든 시간을 합하니 한 시간쯤 되었다.  때맞추어 떠오르는 태양이 그날 따라 그렇게 아름답고 찬란해 보였다.  늘 보아오던 그 태양인데도 그 날은 왜 그렇게도 화사해 보였는지...
문득 은별이를 낳은 후 바라보는 태양의 느낌이 떠올랐다.  새벽2시에 은별이가 태어나고 그날 아침 떠오르는 태양은 정말 다른 날보다 달라 보이고 더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함이 그 태양에 가득히 묻어있음을 마음으로 그리고 피부로 절실히 느낄 수가 있었었다.  그 날의 태양이 어찌 그리 찬란하든지......  문득 그 태양의 기억이 떠오를 만큼 찬란한 태양을 받으며 나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처음 미국에 온 그 다음해 여름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3박4일의 일정으로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영어도 잘 안되고, 미국도 잘 모르고 지리도 모르는 그러한 상황에서 남편이 지도 보는 법을 잘 알고 있다는 그 무기(?)하나만 가지고 무리한 여행을 시도하였던 적이 있었다.  물론 그때의 여행은 정말 좋았고, 남편의 그 능통한 독도법 덕분에 길을 조금도 헤매지 않고 잘 다녀올 수 있었다.  그때에 처음 미국을 여행하면서 느낀 느낌이 정말 미국이 광활한 자연의 대지 속에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었고, 한국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그 광활한 대지에 놀라움과 경이로움이 마음에 가득하였었다.  어떻게 미국이란 곳은 이렇게도 넓고 자연이 광활할까...하나님께서 축복하신 나라라는 것이 실감이 나는 그러한 시간이었었는데 이번에도 그 느낌은 조금도 다를바가 없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광야... 몇 시간을 달렸는데도 인가도 없고, 주유할 곳도, 음식을 사 먹을 곳도 없이 그냥 허허벌판이었다.  결국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준비해간 음식 외에는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이 나는 너무 좋았다.  
남편의 목적지는 'Death Valley', 그러나 나의 목적지는 없다.  그냥 허허 벌판을 달리는 그것으로 너무나 행복하고 만족하였다.  몇 번이고, 몇 차례고 남편에게 말을 하였다.  
"나는 이 광야를 보는 것으로 너무나 행복하고 만족해요.  더 이상의 것을 아무 것도 요구하고 싶지가 않아요."  물이 부족하여, 그리고 그들이 생존하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환경 때문에 그냥 아무렇게나 자란 나무들..., 그 속에서도 조그마하게 수줍은 듯, 억지로 피어나 있는 작고 여린 들꽃들, 이러한 환경이 그들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래서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선인장들...큰 바위에서 작은 돌맹이에 이르기까지...그 모든 것이 아름답고 신비하며 경이로 왔다.
새벽에 출발하면서 기도할 때에 하나님의 놀라운, 신비로운 창조의 세계를 잘 보고 오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었는데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나의 눈은 하나님의 창조의 신비를 느낄 수가 있었다.  
그렇게 달려서 9시경에 데스벨리의 입구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남편의 말에 의하면 우리는 거꾸로 돌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어쩌튼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우리는 사람의 손이 다듬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손에 의하여만 가꾸어지고 다듬어진 하나님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만 온 정신을 모았다.
우리가 처음 만난 곳은 해수면보다 낮다는 모래언덕이었다.  물론 데스벨리 전채가 다 해수면보다 낮다고 하였다.  내가 보기에는 그 주위가 모두 그냥 사막인데 바닷가의 모래 같은 가늘고 부드러운 모래가 넓고 큰 언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정말 신비하였다.  어떻게 이 모래가 이러한 사막에 이사왔을까?  그것도 조금이 아니고 이렇게나 많이......  조금의 양이라면 사람이 옮겼다고 말을 할 수가 있지만 그렇게 많은 양은 도저히 사람의 능력으로 옮겨 질 수가 없기에 더욱 놀랍고 신비하였다.
가면서 카메라를 가져가는 것을 잊었기에 급한 대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기록을 남겼다.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우는 곳에 이르니 양편이 바위로 이루어진 산 속에 골짜기가 있어서 그 길을 걸으며, 어쩌면 모세가 이스라엘민족들을 이끌고 홍해를 건널 때에 물이 양옆에서 벽을 이루었다는데 이러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하였었다.  물론 그곳은 물의 벽이 아닌 바위벽이었다는 점이 다르기는 하였었지만 모습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였다.  조금, 거의 입구에서 다시 돌아 나와야 함은 하루에 다 돌아보고 밤에는 기도원에서 있는 기도회에 참석하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아껴야만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티스트 드라이브'라는 곳에 이르자 정말 감격 그 자체였다.  어찌 자연이 만들어낸 색깔이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가 있단 말인가?  어떤 화가가 이렇게 아름다운 색깔로 화판에 칠할 수 있을까?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허락하신 아름다움이 가히 놀랍다.  너무나 아름다운 총천연색의 흙과 바위가 멋진 조화를 이루어 화려하였다.  어쩌면 인간은 그것을 보고 색깔의 조화를 발견해 내지는 않았을까?  나는 색깔의 조화도 잘 모르고 색에 대하여 무지하지만 그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약 30분 가량을 오직 일방통행으로 돌아보고 나오는 길은 정말 나오기가 아쉬울 만큼 너무너무 멋진 광경이었다.
자연이 좋다.  만들어진 어떠한 모습보다 나는 자연이 너무 좋다.  하긴 인간이 만든 어떠한 것이 어찌 하나님이 만드신 것과 비교가 되겠는가마는...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모습도 아름답지만 그것을 구경하며 돌아볼 때는 피곤하고 힘들 때가 많은데 자연을 돌아보는 시간은 조금도 피곤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계속 즐겁고 행복하고 감격스러움은 비록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꺼라고 확신한다.
얼마를 갔을까...1월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을 너머 덥다고 생각할 만큼의 날씨 속에 저 멀리서 하이얀 눈밭이 보였다.  그것도 아주 넓은 눈밭이.  이 더위에 웬 눈??? 나의 두 눈이 휘둥그래지며 사막에서 여행 중 자주 나타나는 오아시스와 같은 착각현상인가 하고 바라보았다.
Bad Water...... 초기 인디안들이 이 골짜기를 넘으면서 힘들어 지쳐가다가 물이 있음을 보고 즐거워 환호성을 지르며 다가가서 먹으려고 할 때에 물이 너무 짜서 먹지를 못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하였다. 지금은 물이 모두 땅속으로 사라(?)지고 땅 표면에 소금만 가득하다.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출발하여 가나안으로 가는 도중에 목이 갈하여 물을 찾다가 물을 만났는데 그 물이 너무 써서 마실 수가 없어서 그 이름을 '마라'라고 하였던 성경이 생각이 났다.
가끔 나의 앞길을 막는 '마라', 'Bad Water'......  내 인생 길에서 내가 얻은 아름답고 귀한 것이, 나의 최선을 다하여 얻은 그 소중한 것이 때로는 내가 바라던 그것이 아니라 '마라'이며 'Bad Water'였음을 알고 실망하며 낙심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할 때에 낙심하여 울고 실망하여 좌절하고, 인생을 포기하고픈 마음에 나의 모든 것이 끝인 것처럼 주저앉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힘을 잃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우리의 인생길에 언제나 그러한 '마라'나 'Bad Water'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그 뒤를 따른다는 사실을 목사님의 설교를 통하여 많이많이 들어왔던 기억이 새로웠다.  일어서리라, 다시 일어서리라.  그리하여 더 앞으로 나아가 엘림에 이르리라.  물도 나무그늘도 풍부한, 그래서 쉬고 안식할 수 있는 하나님이 준비해두신 그 엘림에 이를 때까지 다시 일어서리라,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리라.  '마라'와 'Bad Water'를 뒤로하고...
오는 길에 온천에 들러 부드럽고 좋은 물을 만끽하며 온천을 한 후에 기도원으로 향하였다.
조금 일찍 기도원에 도착하여 식사를 하고 난 후 함께 모여온 성도들과 기도를 하고 돌아왔다.
육신의 재충전과 영혼의 재충전을 모두 채우고 돌아와 늦은 시간 잠을 청하였다.

1/6/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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