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 없는 여자

2008.10.07 06:48

이영숙 조회 수:525 추천:114

“억세게 운 없는 여자” 오늘 신문에 의하면 로또 복권에 한번 당첨되는 것도 ‘벼락에 맞는 확률’과 같다는데 어떤 부부가 두 번을 당첨되는 믿을 수 없는 행운이 있었단다. 세상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능력과 재력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더하여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고 힘도 들이지 않는 소위‘운’이라 말하는 행운이 따라야 함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복권의 당첨은 100%는 ‘운’이라고 하겠다.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그 행운이 혹시라도 올까하여 열심히 사들이는 것을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운’을 기대하고 있다. 한 번씩 당첨자가 나오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하는데도 복권의 수입금이 그렇게도 상당하다는 것은 그 복권을 사는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50년을 넘게 살면서 단 한 번도 복권을 사 본적이 없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바로 몇 년 전에는 오물을 뒤집어쓰는 꿈을 꾸었다. 혹자의 말이 오물을 뒤집어쓰는 꿈을 꾸면 복권이 당첨될 확률이 많다는데 한 번 사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순간을 혼자서 웃음으로 넘기고 말았다. 복권을 사지 않는 나름대로의 이유는, 그것이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 낭비라고 생각한데는, 어릴 때부터 내가 억세게도 운이 없는 여자임을 터득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행운권 추첨에서 당첨되어 무엇을 타 본적이 없었다. 교회를 비롯하여 이러저런 모임에서 행운권 추첨을 하는데 어찌 그리도 모든 것이 다 나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 되는지. 처음엔 늘 안 되면서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제일 끄트머리 하나라도 얻었으면 하고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끝내는 ‘혹시나’가 ‘역시나’가 되어서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서는 것이 계속되는 행진이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행운권 추첨이 있을 때는 아예 포기하고 가까이 가지도 않았다. 학교에 다닐 때 소풍 가서 보물찾기를 하면 단 한 번도 찾아 본 적이 없다. 가끔 친구들이 찾은 것을 한 장이라도 나누어 주면 그것을 얻어 상품을 타온 기억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냥 행운권 추첨에서 되지 않는 정도였으면 그래도 좀 났다. 나의 경우는 그것을 훨씬 뛰어넘어 뭔가를 공짜로 얻으려거나 아니면 내 마음대로 선택하여 좀 더 나은 무엇을 손에 잡고자 할 때는 거의가 어긋나고 잘 되지 않는다. 물론 작은 부분들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참 이상하고 우습게도 나의 선택은 늘 안 되는 일들뿐이다. 마켓에서 물건을 하나 사서 계산대 앞에서 기다릴 때 가장 줄이 짧은 곳을 골라서 찾아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다른 줄보다 가장 늦게 계산이 되곤 한다. 내 앞에 서 있던 사람이 체크나 카드가 문제가 되어 검사를 하게 된다거나, 아니면 이제껏 괜찮던 기계가 고장이 나서 손을 봐야하기에 사람을 부르러 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혹은 계산대에 있던 케쉬어가 잠깐 다른 볼일을 본다거나, 윗사람이 찾아와서 말을 시켜 대답하느라 시간을 끈다거나……. 이런 식으로 문제가 발생을 하게 된다. 깨끗지 않은 이야기지만, 한국에 있을 때 화장실에서도 똑 같이 3-4명씩이 줄을 서 있는 중에도 언제나 내가 서 있는 곳이 제일 늦게 줄어든다. 옆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볼일을 다 보고 나간 후에까지도 나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일이 발생 하게 된다. 어쩌다 그런 것이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하겠지만 나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미국에 와서 좋은 점 하나가 화장실에서 기다리는 줄이 한 줄이라는 것. 그래서 한국처럼 각각의 문 앞에서 기다리지 않는다는 점이 나에게는 엄청 다행이다. 별것 아닌 작은 부분이지만 참 어이없는 일이 많이 발생하여 순간순간 나의 ‘운’없음을 한탄하기까지 한다. 물건을 하나 사도 그 많고 많은 것들 중에서 내가 고르고 또 골라서 산 물건이 집에 와서 사용해 보면 불량품인 경우가 허다하다. 다시 가서 바꾸어 오거나 리턴 한다. 그래서 물건을 살 때는 언제나 불안한 마음이다. 이것이 또 잘못된 것이면 어쩌나 하고. 운전을 할 때에도 똑 같은 현상이다. 내가 선 차선이 유난히 밀리고 옆 차선은 대체로 잘 소통이 되는 것 같아 차선을 바꾼다. 그러면 바로 그 순간부터 내가 새로 들어간 차선이 막혀서 멈추고 내가 빠져나온 차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아직 처녀일 때 한참 부동산 투기가 붐을 일으킬 때였다. 친구가 시골에 작은 땅을 하나 자기와 어울려서 사 두자고 제의해 왔었다. 그 친구 역시 돈이 넉넉지 않아서 아주 시골의 조그마한 땅을 사는데도 둘이서 보태서 사야하는 형편이었다. 그때, “난 그런 것 하면 재미 볼 수가 없는 사람이야. 나와 함께 하면 나 때문에 네가 손해 보게 돼.”라며 마다했다. 친구가 웃으며 “난 비록 작은 것이지만 그런 투자에 늘 재미를 보는 사람이니까 그럼 이번에 네가 내 덕을 한번 봐.”라고 해서 못 이기는 체 돈을 모아 작은 땅을 하나 사게 되었다. 그러나 친구 덕에 내가 이익을 얻지를 못했었다. 결국 손해를 보고 말았는데, 그것이 나 때문인 듯 하여 친구에게 퍽 미안한 마음이었다. 그 무렵에 땅을 사서 손해 본 사람은 아마 우리뿐인 듯하다. 하여간 무지 무지 운 없는 여자이다, 나는. 그런데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라오면서 내가 터득한 것이 하나있다. 난 언제나 노력의 대가로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터득했다. 결코 우연히 얻어지는 행운은 나에게는 없었다. 언제나 노력한 대가로만 살아가는 사실을 깨달으며 살아왔다. 학교를 졸업하고부터, 아니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시작한 피아노학원은 어디에서 시작을 해도 늘 잘 이끌어 나갈 수가 있었다. 서울을 비롯하여 지방의 이곳저곳……. 어디에서 시작을 하던 늘 많은 학생들을 유치하며 잘 운영되는 학원을 만들어 갔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 늘 잘 유지해서 여유를 부리며 살아왔었다. 지금껏 내가 노력하여 얻지 못한 것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우연히, 요행히 얻은 것은 거의 없지만, 노력하여 얻은 대가는 늘 손에 쥘 수가 있었다. 세상에는 노력하여도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든 탑이 무너지랴’는 속담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때로는 공든 탑도 무너짐을 보아오며 살아간다. 노력한다고 다 그 대가를 얻는 다면, 공든 탑이 다 무너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다면 그것은 진짜 큰 ‘행운’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억세게 운 좋은 여자인 것도 같다. 글을 쓰고 있는 중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얘, 내가 오늘 한 턱 쏠게 나올래?” “갑자기 웬 한 턱?” “아, 내가 지난주에 로또 5장을 샀는데 그 중 하나가 나에게 자그마치 만 달러가 넘게 쥐어주네.” 뭐, 만 달러? 당장 로또 사러 나가야겠다. 7/30/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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