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계모

2009.01.23 01:36

이영숙 조회 수:370 추천:112

“나는 행복한 계모” 우리나라 부모들, 특히 엄마들의 교육열은 세상이 인정하는 대단한 교육열이다. 자신의 아이를 훌륭하게 키우기 위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버려도 조금도 안타까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는 것이 현 실정이다. 다 주고 다 바치고 다 버려도 자녀들만 잘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주장은 모든 엄마들의 공통된 생각이 아닐까. 나, 역시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남편도 저버리고(?)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머나먼 미국이라는 곳을 가진 것도 아는 것도 없이 괴나리 봇짐하나 달랑 지고 이렇게 와서 온갖 고생을 어깨에 짊어지고 나가는 것을 보면. 그러나 나는 조금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으니 어떻하지? 나의 모든 것을 다 희생하고,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너만 잘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은 아니다. 솔직히 미국에 올 때도 아이의 공부와 나의 공부를 병행하여 생각하였었고, 지금도 아이의 앞날이 중요한 것처럼 나의 현실이나 앞날도 역시 무시 할 수 없음을 늘 자각하고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 공부를 위하여도 지출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물론 일단 아이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시간이나 경제적인 문제나 아이에게 우선하고 나머지 시간을 나를 위하여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의 모든 것을 덮어두고 '오직 너만...'이라는 생각은 결코 아니다. 나를 위하여 경제적인 것도 투자하고 나의 배움과 취미를 위하여 시간도 허용한다. 그래서 우리아이와'엄마는 계모'라는 말을 웃으며 서로가 나눈다. 그러나 나는 참 행복한 계모이다. 나의 나됨도 찾고, 아이에게도 삶이 어떠한 것인지 가르치는 기회로 삼는다. 사람은 영원히, 죽을 때까지 배워야하고, 언제나 자신을 지키고 자신을 다듬으며 살아야 함을 부각시켜준다. 아이가 잘 배워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나친 기대가 아이에게 부담을 주고, 그 부담으로 인하여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 또한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편안히 자신의 길을 가도록 엄마가 엄마의 길을 잘 간다면 아이는 그것을 배우며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길인지 알아갈 것이 아닐까? 옆에서 공부하라고 안달하는 엄마가 못 마땅한 아이, 사사건건 간섭하며 따라다니는 엄마가 때로는 지겨운 그러한 아이가 바로 나의 아이가 아닐까 한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때로 어떠한 엄마는 아이들의 종처럼 아이들 앞에서 쩔쩔매며 아이들은 엄마 앞에 늘 큰소리만 땅땅 치고 살아가는 경우도 종종 본다. 도대체 부모가 뭐란 말인가. 열심히 벌어서 공부시킬 뿐만 아니라 가지고 싶다는 것은 뭐든지 다 사주고 남에게 기죽지 말고 자라라고 부모들은 허리 졸라매고 살면서도 아이에게는 생활에 넘도록 해주는... 그러고도 늘 모자라고 부족하여 투정하는 아이 앞에 굽실거리는 그러한 부모가 의외로 많음을 우리는 본다. 차라리 그보다 아이에게 알아서 하도록 맡기고 엄마는 엄마의 길을 그냥 걸어간다면 아이에게 자립심도 키워주고 살아가는 방법도 알려주고 그러면서 엄마도 자신의 길을 걸으며 삶의 보람도 맛보고... 일적이조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식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은 다음 그 자녀가 자기의 뜻대로 자라지 못하였을 때 실망하고 기대에 어긋난 그 허전함을 달랠 길이 없어서 방황하는 그러한 일은 서로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닐 것이다. 아이를 위하여 오늘도 허리가 휘도록 고생하고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주고 또 주며 거기에 더하여 스트레스를 함께 아이들에게 주는 것보다 좀 편안히 엄마의 길을 가면서 그냥 아이가 보고 따라오도록 하면 어떨까? 행복한 계모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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