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2011.08.20 13:09
가끔은 내려놓고 싶지만
오늘도 등에 지고 떠나는 새벽
꼬불꼬불 선명하게 내놓은 길
동트는 줄 모르고 발 부르트게 헤맨 고된 흔적
곧게 가도 한 시간에 고작 58.92cm 가는
느린 걸음으로
왜 저리도 뒤죽박죽 걸어갔을까
휘어져 한번쯤 걸어보고
때로 갈 길 막막해
짧은 더듬이로 긴 허공만 만지작거렸다
한나절이면 닿았을 길
미명의 거친 바닥 혀로 핥으며
진하게 그렸다
한 낮 볕에 사그라질
힘겨웠던 좁은 생
작은 한숨에도 스러질 그 짐 등에 지고
오랜 시간
돌고 돌아 결국은 그 자리지만
그 길 따라 오늘도 맴돌고 있다
휘청
등이 무겁다
*2011년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 입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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