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하자

2011.03.14 06:50

이영숙 조회 수:860 추천:172

  나는 거짓말 하는 사람이 싫다.  자신의 유익을 위해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양심 저당 잡힌 모습으로 거짓말 하는 사람.  남을 모함하려 너무나 당연한 듯 하는 거짓말.  돌아서서 탈로 날 거짓말을 일단 하고 보는 사람.  자신이 하는 거짓말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얼마나 큰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태연자약하게 늘어놓는 거짓말.  그런 사람을 보고 있으면 정말 화가 나서 찬물을 확 끼얹고 싶은 마음이다.  정신이 번쩍 들라고.  더 놀라운 것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자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눈앞에서 거짓말을 하고는 돌아서서 그런 적이 없다고 하니.  거짓말 탐지기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거짓말 탐지기도 속일 수가 있다 한다.  그 방법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진실이라고 마음으로 굳게 믿는 것이란다.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자신이 확신하면 거짓말 탐지기도 속인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도 그렇게 뻔뻔하게 아니라고 시침을 떼는 것인가 보다.  과연 찬물을 뒤집어쓰고 나면 정신이 들기나 할까?
  물론 사람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가 없겠지.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우리가 잘 아는 예화 중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많은 외국어를 구사하는 추기경님께 사람들은 어떤 나라말을 가장 잘 하시는가 여쭈어 보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각가지 추측을 뒤로하고 추기경님의 대답은 “나는 두 가지 말을 잘하는데 그게 뭐냐면 하나는 거짓말이고 다른 하나는 참말입니다.” 라고 대답하셨다.  온 나라의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살아오신 분.  그런 분들도 거짓말이라는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었나보다.  인간으로 태어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으면, 지혜의 왕 솔로몬도 그런 기도를 했다.  “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구하였사오니 나의 죽기 전에 주시옵소서.  곧 허탄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시며...”  솔로몬 정도 되면 거짓말은 에지녁에 가까이 가지도 않았을 것 같은데.  그 문제를 놓고 ‘내가 죽기 전에...’이루어 달라 할 정도로 간절히 기도했다니…….  평범한 사람은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그렇게 대단한 분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거짓을 멀리하는 것이 힘들다 하였다.  평범한 인간들이야 거짓을 말하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거짓말에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사람으로서 피해야 할 만하면 조금이라도 적게 하고 살아가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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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거짓말 못하는 사람이 정말 싫다.  좀 거짓말을 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다독여 줘야 할 때, 정직하게(?) 바른 말을 하여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사람이 싫다.  탈무드에 허용되는 거짓말이 있다.  이미 산 물건에 대해서는 보기에 좋지 않아도 “훌륭하다”고 해야 한다.  친구가 결혼을 하고나서는 배우자가 못생겨도 “미인(미남)이다” 하라고 가르친다.  인간의 지혜서인 탈무드가 허용한 거짓말이다.  
  미장원에 다녀온 친구의 머리 스타일이 좀 보기에 좋지 않다고 “머리가 그게 뭐야?” “너에게는 정말 안 어울려.”라는 사람들이 나는 싫다.  “난 거짓말을 못해.  사실을 이야기 해야지.”라고 말하는 사람.  나쁜 거짓말은 잘도 하면서 그럴 때는 언제나 단 위에 선 연사처럼 두 주먹 불끈 쥐고 진실만을 외치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으면 정말 부담스럽다.  어렵게 투병하는 사람을 보고 “어머! 안 좋아 보이네요.” 라고 말해서 기분을 가라앉게 하는 것보다 “먼저보다 얼굴이 훨씬 좋아진 것 같습니다.”라고 병을 이겨낼 용기를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성적이 나쁜 자녀에게“얘, 내가 너의 선생님 만났는데 너 요즘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칭찬하시더라.  앞으로 기대가 된다 하시던데?”라고 거짓말 하는 부모가 있다면 그 자녀는 앞으로 훌륭하게 될 게다.  부족한 글을 보고도 “발전 가능성이 보이네요.”라고 한다면 그 사람은 머지않아 좋은 글을 쓰게 되겠지.  옷을 잘 입지 못하는 사람에게 “패션 감각이 엉망이군.”이라는 말보다 “순수해 보여 좋은데?”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세월의 흔적을 얼굴에 가득히 지니고 있음에도 “세월을 못 속이겠구나.  너 참 많이 늙었다.”라는 말보다, “넌 어떻게 그렇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니?”라고 거짓말 하는 사람이 좋다.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든 아내에게 좀 맛이 없어도 “당신이 만든 음식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라고 하는 남편은 얼마나 위대해 보일까.  웨딩 사진사가 “내가 본 신부 중에 제일 예쁘네요.”라는 한 마디에 그 신부는 일생에 가장 행복한 날 더 기쁜 결혼식을 치를 것이다.  옷가게 주인이 “어머~언니 너무 예쁘다.” 이 한마디에 사지 않을 옷도 사고 마는 인간의 심리인 것을.
   내가 하는 거짓말을 통해서 누군가가 용기를 얻고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을 기쁘게 하는 거짓말.  힘과 용기를 주는 거짓말.  삶의 보람을 느끼게 하는 거짓말.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 주는 거짓말.  이런 거짓말을 많이 하자.

1/19/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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