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연가

2008.06.21 19:33

신영 조회 수:566 추천:82


 




        흑인 연가 /신 영



        가지지 않아 행복한 웃음으로
        잃어버릴 것 없어 걱정없는 사람
        오늘을 먹고,
        오늘을 싸고,
        오늘을 자고,
        오늘을 사는 하늘 아래 땅의 천사
        검은 얼굴로 깜빡이는 맑은 눈빛
        아비의 얼굴도 잃어버린 지 오래.
        이름도 모르는 아비에 대한 추억은,
        까만 피부 속을 돌고 도는 붉은 피
        가난이라는 유산을 물려준 일 밖에.
        나이 어린 어미 품에서 키워진 외톨이
        이름 모를 검은 사내 하나 보이면
        동생 하나 생겨나는 하루의 생활
        가난이라는 버릴 수 없는 이름은
        검둥이라는 손가락질보다 지독한 죄,
        검은 색깔보다도 짙은 검푸른 빛깔
        씻어도 씻어도 남은 살갗은 상처뿐
        벗겨지지 않는 표피를 긁어내며
        피빗어린 검붉은 살갗을 보듬는다
        캄캄한 어둠에서 들려오던 총탄소리
        소리를 삼켜버린 채 친구는 떠나고
        홀로 그을린 붉은 벽돌 샛길을 걷는다
        어제의 친구도 떠나고 없는 오늘,
        내려온 검은 하늘은 땅에 무릎을 꿇고
        소리없는 통곡으로 울음을 낸다
        짓눌린 자의 발자국은 움푹 패이고
        질질 끌린 자국마다 설움이 고였다
        갇히고 눌리고 외면당한 영혼들
        물려받지 못한 무력에 대한 힘이
        사유가 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불끈 쥔 주먹은 허공을 돌고 돌다
        소리없이 떨어져 가슴에 박힌다
        아비에게 받았던 가난과 설움을
        자식에게 물려주고자 나는 오늘도,
        까만 얼굴에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서글픈 빈 상속장에 슬픔을 쓴다.



        12/05/2007.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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