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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길. 39-옛이야기

2004.01.26 02:37

박정순 조회 수:385 추천:24


점 하나.

물이 빠져나간 갯벌에서
게들의 빠른 움직임을 잡느라
하루 햇살도 마냥 짧은 즐거움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뜻도 모르며 불렀던 그 노래에는
물결따라 길은 늘 있었다


점 둘


하늘만큼 높은 그네터에
아침마다 엄마는 소금을 뿌리셨고
나는 언제 저 그네를 혼자 타서
'뜸북 뜸북 뜸북새….비단 구두 사가지고…'
푸른 꿈 하나 흔들거렸던 그네터에서
몰락의 그림자가 희망의 돛단배를
침몰 시켜버렸다


점 셋

솔바람 사이로 흔들리는
산골 집 문틈 사이로
"엄마 왔다."고
문 열어 달라는 호랑이일까봐
긴 긴 하루해가 저물도록
기다렸던 어머니의 목소리
목마른 고개 너머에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바람속에서도 길은 있었다

점 그리고 선

다시 도시로 내려온 나
밤마다 동네 꼬맹이들 모여서
“꽝 한번 해봐라”
칠흑 어둠속의 술래잡기
나를 알림으로서
네가 나를 찾아오게 하는
기다림의 끝 그리움
어둠속에서도 빛이 보이는
우리 끼리 끼리의 길은 있었다



선으로 이어진 원

기다림으로 키워온 이야기는
어둠 속에서도바닷물에도
바람에도 꿈은 길로 이어져
바닷속 인어공주와
비단 구두 사 오실 아버지는
아직도 사랑하는 왕자님을 위해
하아얀 물거품으로 나타나고
하늘 나라에 계신 아버지는
흠흠 기침소리로
제갈량을 말씀하시려나?
조조를 지지하실려나?


다시 점 하나

기다림에 지쳐서
먹지 않아도 배부른
어머니의 환한 미소로
보상 받아버린 착한 아이는
길은 끊어져도
나로부터 이어진 길
하루 종일 조잘거려도
다하지 못한 이야기
웃음 절로 나는 동무들과
석양의 긴 햇살 어깨동무 하여
하루의 아쉬움을 호주머니에 넣고
따라오는 달님에게
귓속말로 풀어놓고 싶은 옛이야기
혼자서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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