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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순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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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미래전략 세미나에 참석한 뒤

2005.12.12 11:35

박정순 조회 수:428 추천:55

문화 속으로 문명 밖으로

아침부터, 변형된 스케줄로 꽉 막혀 버린 내 아이큐 실력은 여전히 드러났다.  바꾸고 생략하고 다시 변경하여.... 춘천행 차를 타기까지 복잡한 절차를 마치고 열기의 젠털과 친절을 모두 갖고 있는 총무님차로 추울~발.

이곳에서 우리는 또 엄청난 발견을 했다.  아니 반성문으로는 모자라 토끼뜀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아내로서의 미안함을 갖게 했는데... 아라님(총무님의 여왕)은 도시락마다 예쁘고 반듯반듯하게 깎아 둔 과일과 건강에 좋은 콩(튀긴건지..?), 그리고 옥수수와 귤까지 골고루 넣어둔 그 정성에 남편에게 부끄러, 부끄러... ! 하고 느낌표 찍게 만들었다.  참내 교육시키는 방법도 가지가지라니까.

안개 낀 춘천 길은 외롭다고 함께 가자는 사무국장님의 전화에 앞선 우리들은 흔쾌히 기다려 주기로 했다.  기다리는 동안 이미 고갈 되어 버렸거나 애초부터 황무지였던 감성에 새로운 예술적 감각을 넣어 줄 수 있는 곳, 모란 미술관 관람까지 덤으로 얻은 풍성한 수입에 감탄하고 있었다.  도시 생활에서 결핍되기 쉬운 문화적 향유를 누릴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작가의 땀과 예술성 감상에 즐거웠는데 뒤 따라 온 사무국장님의 독촉에 아쉬움 남기고 서둘러 떠날 수밖에.

꼬불 꼬불 구비진 길을 따라 겨우 도착한 고란터 연수원.  벌써 많은 분들이 와 계셨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는 돈버는 길을 알려 준다는 것. 공짜로 미래 전략을 힘 안들이고 얻을 수 있게 시간과 장소를 만들어 준 회장님과 그리고 많은 분들의 노력에 감사했다.   무엇보다 박노진 선배의 열강, 그렇게 유명한 분이 우리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이때는 손이라도 잡아 둬야 하나? 어쩌나?) 어쨌거나 원장님의 비밀노트까지 이렇게 풍성한 정보로 인해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백만장자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열기의 호흡은 늘 뜨겁다.   미래전략 세미나를 위해 아름다운 무지개 배경이 되어 주신 선배님들의 마음도 따끈따끈했다.  아름다워 지라고 손에 쥐어 준 화장품과 강원도 감자골을 증명하는 감자떡도 반가웠다.  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북경에서 바로 날아온 위원장동지의 손에든 물병까지.  한대 경영 대학, 최고 경영자들의 뜨거운 열기로 고란터 지신을 이겨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캠파이어로 노래 소리와 웃음소리는 조용한 홍천강 주변을 흔들어 놓았다.

새벽, 강 위에서 풀어내는 물안개를 보고 싶었다.  아니 그것을 보기 위해서 일찍 잠에서 깨어나야 했는데 그것을 알기라도 한 듯 열기 원우들의 쿵짝대는 소리에 도저히 잠 들 수 없었다.  3층 옥탑방에서 내려다보면 개구쟁이들이 시간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로 어우려져 그렇게 노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세상은 어둠속에서 깨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데 그들의 열기가 어둠을 깨우고 있었다.  노래에 맞춰 불꽃과 어우러져 춤추고 있는 악동들의 모습은 아직도 마음은 대학생들인 것처럼.  주요한의 불놀이였던가?
(생략)
아아 춤을 춘다,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잠잠한 성문(城門) 우에서 나려다보니, 물냄새, 모래냄새, 밤을 깨물고 하늘을 깨무는 횃불이 그래도 무엇이 부족(不足)하여 제 몸까지 물고 뜯을 때, 혼자서 어두운 가슴 품은 젊은 사람은 과거(過去)의 퍼런 꿈을 찬 강(江)물 우에 내어던지나 무정(無情)한 물결이 그 그림자를 멈출 리가 있으랴?……
(중략)

오오 다만 네 확실(確實)한 오늘을 놓치지 말라. 오오 사르라, 사르라! 오늘밤! 너의 빨간 횃불을, 빨간 입술을, 눈동자를, 또한 너의 빨간 눈물을…….

이윽고 악동들의 춤사위가 끝나고 장작물이 꺼져 가듯이 어둠도 사그러드는 듯 했다.  깊은 산속의 새벽이 더디게 어둠은 태양의 칼날에 잘려 나가고 있었다.  새벽 5시 30분 새벽 물안개를 보러 나서는 감상주의 쌩쌩원장을 우리들의 스마일 맨이 또 걱정스레 보디가드로 자청해 주었다.  스마일 맨 혼자는 외롭다고 다람쥐 사장님도 함께 있어줬다.  위원장 부회장님은 사색에서 혹은 여행의 여독에서 풀려나지 못했고  홍천강은 검은 빛으로 소리없이 흐르고 있는 새벽.   새벽을 알리는 장닭이 꼬끼오~~~~ 하고 새벽을 밝히는 소리가 정겨웠다.  

조금씩 검은 실루엣으로 드러난 집과 나무들의 모습이 새벽 바람에 흔들리며 가깝게 다가왔다.  안개에 드리워진 홍천강 물안개는 결국 만나지 못하고서 말이다.   아침 숲길을 따라 코스모스 여인들 2명과 원장님과 한바퀴를 돌고 난 뒤 콩나물국으로 아침을 먹고 또 다시 헤어질 시간으로 짜안한데...  회장님의 이어진 스케줄은 옥탐방과 춘천의 닭갈비집으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어쩌랴?  일용할 양식을 이날만은 구하지 말라는 하느님 말씀을 무시하고 우리는 가야 할 곳이 따로 있었음을....  그렇게 작별을 하여야만 했다.  

어제 우리가 무슨 일을 결심하였을까? 어느 곳을 향하여 목표를 설정하였을까?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거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내일을 향해, 그렇게 달려 갈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을 듯 하다.   갈잎 사이로 흐르는 강물위로 오늘은 그렇게 흘러가고 우리는 또 내일의 새 강물이 되어 흘러가기 위해 달려 가야만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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