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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북경일기. 1

2005.12.12 11:41

박정순 조회 수:547 추천:70

유혹은 늘 사람 마음을 흔들리게 한다.  이번 중국 여행의 가장 큰 유혹은 바로 북경 대학에서 있을 세미나였다.  옛날 ESL 클라스메이트가 북경 의대 학장, 교수 부부였기에 그들에게 들은 이야기 탓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21세기 중국의 거대한 역할을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쨌꺼나  참석하겠다는 결정과 함께 모든걸 접어 놓고 아무 내색 없이 따라 나서기로 하는 순간.   학원일은 접고서 무조건 그 속에서 순화하기로 말이다.  참석한 이들의 속내는 다르지만 목적을 이룰 때의 행복함은 같을 것이라고 믿기에…

북경의 가을은 붉고 노오 란 현란한 색채를 가진 단풍잎보다는 영양이 부족한 듯, 아니면 아직 가을이 오고 있는 듯한… 그런 누우렇게 뜬 색깔의 나뭇잎이었다.  천단 공원을 지나 북경 대학을 찾아가는 길은 도시의 야경은 몇 자만 눈에 들어오는 한자 네온이 화려하다.  북경의 야경을 바라보며 이들의 힘을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에서는 조바심마저 생기는 것이다.

대도시의 교통체증은 북경이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자전거를 탄 사람들 보다 자동차를 탄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북미 백화점이나 상점마다 메이딘 차이나의 상품들을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구불 꼬불 시간의 체증을 한참이나 지나 찾아간 북경대학…. 이건 순전히 나만이 갖고 있는 콤플렉스,  명문대학 캠퍼스를 가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며 행복해지는 것.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한국 경영인들의 이미지 실추를 시키지 않기 위해 거울 한번 들여 다 보고…  으앗~ 벌써 강의실 입장 완료.  우린 지각생으로 등장할 수 밖에…

꼬장꼬장하게 생긴 노학자는 더듬거리는 한국어로 강의 진행 중이었는데… 내가 교실 입장을 잘못 한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아는 얼굴이었다.  주제가 어찌 좀 이상 타~.  중국 문화를 제대로 알려면 교육제도부터 다시 알아야 하는 것인가?   암만해도 노교수의 기다림은 다음 순서 교육 공무원을 위한 주제 강의로 착각?  그도 아닌…. 예컨데…. 우리는 이렇게 중국을 장님 코끼리 만지듯 더듬거리며 문화를, 관습을, 그리고 사회 제도를 듣고 있어야만 했다.

메인 주제라면 아무래도, 중국은 지금 깊은 잠에서 깨어나 엄청난 활동력을 과시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  그러니 한국의 경영인들이여, 중국을 무서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엄청난 입시 관문을 통과한 수재들이 지금 중국 전역에서 뛰어오르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저녁을 마치고 만리장성 하나를 쌓기 위해 여자들만 아래 까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끼리만 와인잔을 짠~ 하고 부딪히기로 했는데 두 여성동지께서 짱과 나만 댕 그라니 남겨놓고 보기 좋게 바람을 맞혔다. 그래서 이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사소한 일에서 멀어지기, 집착에서 벗어나기.  그래서 하나라도 건져가기.(뭘?  글쎄… 아직은 그래.)  

북경의 밤은 이렇게 어두워지고 있는데 늘 가족들이랑 함께 여행을 다녔던 생각에 아이들의 얼굴이 먼저 생각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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