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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운주사를 찾아서

2006.07.17 17:24

박정순 조회 수:780 추천:49

전설을 따라가는 일은 흥미롭다. 화순 운주사는 천불 천탑의 성지임과 동시에 미완의 도량으로서 영원한 화두가 되는 곳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운주사를 가는 거리를 토론토에서 오타와를 간다고 생각하고 이른 새벽에 출발한다면 하루 일정으로 충분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운주사는 신라 말에 도선국사가 산이 많은 영남에 비해 호남에는 산이 적어 한 쪽으로 기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룻밤 사이에 도력으로서 천불과 천탑을 조성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 와불만은 졸린 동자승이 닭 울음소리를 내는 바람에 불상을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운주사의 천불 천탑은 한 계곡에 수 많은 석불과 석탑이 무리지어 있고 또 토속적인 불상의 모습이다. 불상들은 한결같이 못생겨서 부처의 위엄은 찾아 볼 수 없다. 신체 비례도 맞지 않으며 정통 불상이 지닌 도상에서 크게 어긋난 파격적인 형식미를 띤다. 그래서 미술학계에서는 개설서에 조차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남대 박물관에서 발굴 조사와 학술 조사로 인해 그 현황을 알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운주사의 석탑은 자연석 기단과 특이한 장식 무늬, 다듬지 않고 그대로 얹어 쌓은 돌탑에서 정형이 깨진 파격미, 힘이 실린 도전적 단순미, 친근하면서도 우습게 느껴지는 해학미와 흩어져 있으면서도 집단적으로 배치된 점이 운주사 불적의 신선한 감명이며 특별한 매력이다. 돌로 된 석불석탑(石佛石塔)이 각각 일천개씩 있었다는 운주사에 현재는 93구의 석불과 21기의 석탑이 남아 있지만 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된것을 보면 조선조까지는 실제로 있었다는 주장이다. 관광 안내를 맡은 최순희씨는 구수한 말투로 우리들을 이야기 속으로 이끌어 갔다. 특별히 그녀는 우리가 강의를 잘 듣는다고 평상시에는 올라가지 않는 공사 바위까지 간다고 했는데 사실 이 길은 나처럼 산을 잘 타지 않는 사람에게는 땀을 흘리며 올라가야 만 했다. 공사바위란 도선국사가 앉아서 건너편 와불이며 석불을 바라보며 일을 지시했다고 하는데 어쨌거나 우리들도 그곳에 앉아서 잠시 운주사 아래를 내려다 보는 명상을 가질 수 있어 즐거웠다. 우선 찾아온 관광객이 없어 조용했다. 산새들만 재재거리며 나뭇가지를 흔들 뿐, 그 아름다움에 구름도 쉬어 간다는 운주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공사 바위 바로 아래 암벽에는 마애 여래 좌상이 자리하고 있다. 얕은 부조의 선으로 새긴 마애불은 운주사 계곡 안의 모든 돌부처와 석탑, 칠성바위, 절로 들어오는 신도들을 한눈에 바라보고 있다. 계곡에 배치된 돌부처 가운데 대형의 주존 석불 좌상들과 유사한 자태의 마애불은 운주사의 신비를 푸는 중심 부처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최순희씨의 안내는 운주사의 명기를 이어 받는 거북의 머리에서 목(거북의 힘이 가장 강한 곳)이라고 했다. 목자리 부분에 서 있는 탑앞에서 한장의 사진으로 그 기를 받아 들이자며 웃었다.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 점심을 운주사에서 먹으려고 무작정 달려 왔는데 관광객을 유혹하는 식당은 잡화를 파는 상점과 절 안의 찻집뿐이었다. 마침 찻집에서 수제비 메뉴가 있어 그곳에서 허기를 채우기로 했다. 최순희씨는 점심을 미리 먹었노라고 한사코 사양을 해서 우리들만 땀을 흘리며 수제비를 먹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와불을 보러 산행을 가는길에는 다리가 약간 후들거리기는 했지만 나로 인해 이곳의 신비가 서린 곳을 안 갈 수는 없는 것이므로 무조건 앞으로 전진하기로 했다. 와불을 만나러 올라가는 길에 머슴부처를 만났다. 와불을 지킨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했지만 모습이 수려했다. 커다란 바위에 새긴 누운 불상(臥佛) "와불이 일어서는 날 세상이 바뀐다"고 해서 운주사의 와불은 또한 미륵이라고 했다. 불교에서 미륵은 새로운 세상을 재현하는 역할을 하는 희망을 가져오는 메시아와 같다. 어떤 이유에서 이 불상은 기반이 취약하거나 불상이 세워서 오래 지탱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그대로 눕혀 놓은 것 같지만 사람들은 이를 두고 새로운 세상을 기다리게 하는 힘을 얻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운주사는 평지에 세워져 있는 아담하고 평온한 절터이다. 참으로 아기자기하고 아담하며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된 석탑과 석불들의 꿈과 전설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나 또한 내마음의 미륵을 찾아 간 운주사에서 내일의 희망을 내 가슴의 풍경으로 달아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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