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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대왕암

2006.12.29 01:42

박정순 조회 수:598 추천:56

아침 해돋이를 보기 위해 2시간동안 기다림 뒤에 나타난 수평선 광경. 붉은 불덩이가 솟아 오르는 일출의 장엄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졸음을 참아가며 달려와 어둠속 차안에서 기다린 시간이 허망했다. 겨울 바다가 좋아 직장을 이곳으로 옮겼던 월성바닷가. 지나간 발자국 하나 하나를 더듬어 보게 하는 내 삶의 정리. 출근길버스에서 만나는 일출의 아름다움을 다시 만나고 싶어 긴 시간을 소비했건만... 사진에 담긴 일출은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은 신비로움으로 그 기쁨을 대신해야만 했다. 내 문학의 보고 경주, 독도사랑의 시발점이기도 한 대왕암을 만나는 것은 허약한 내 정신세계에 보약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다. 대왕암은 신라 30대 문무왕은 죽어서도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여 호국의 대룡(大龍)이 되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의 유지를 받을어 해중릉을 만든 군신들은 어째서 하필 양북면인 이곳을 택했는지 참으로 궁금한 일이다. 이 점이 학자들에게는 일종의 수수께끼에 싸인 해중릉의 신비라고 한다. 일설에는, 토함산 석굴암에서 16킬로 지점에 일직선 상으로 빤히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해중릉을 만든 것은 신라 불교의 특색인 호국 불교적 성격 때문이라고 말해져 왔다. 감은사지에서 마주 보이는 바닷가 모래밭에서 100 미터 앞 해상의 대왕암. 바로 이 앞바다야말로 {삼국사기}에 그토록 빈번하게 신라로 침입해 오던 왜인들의 해상 루트로서, 쓰시마에서 북상해 오는 동한 난류에 편승하여 내습하기 좋은 길목이었던 것이다. 해류 및 남풍을 이용하여 왜적이 내습하는 물길의 한가운데를 딱 막아선 해중릉의 의미는 다름아닌 신라인의 자기수호, 그 집념의 상징이었던 것이라고 해석된다고 한다. 신라인의 의식 속에는 동쪽 변방을 침입하는 왜적들이 늘 이 물길을 타고 오는 것으로 깊이 인식되어 왔다. [삼국사기]<신라본기>의 왜 침공기사는 대부분 동쪽 변방을 택하고 있다. 왜의 본거지를 쓰시마로 믿고 있는 기사로 보건대 이는 해류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문무왕의 해중릉이 있는 곳에서 약 1 킬로 떨어진 용당리의 감은사지가 발굴된 것은 지난 1980년이었다. 이때 발굴작업 도중 발견된 청동반자(飯子)에는 [至正十一年](고려 공민왕 1년에 해당:1351년)이란 연호의 명문이 새겨져 있고, 여기에 왜구가 감은사의 종과 반자 등의 물건을 훔쳐갔기 때문에 다시 반자를 만들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것은 이곳으로 왜의 침공이 많았다는 확실한 하나의 증거물이기도 하다. 실제 청동 반자의 내용을 뒷받침하듯 옛날 이곳 마을에는 신라때 왜구들이 감은사의 거대한 동종을 약탈하여 가다가 대왕암 근처에 이르러 난파됐다는 전설이 있어 왔다. 해룡이 분노하여 거친 풍랑을 일으켰다는 그 전설은, 어쩌면 이곳을 빠르게 흘러가는 해류에 자초한 사고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잠수부들이 바다 속에서 용의 머리를 보고-이는 필시 용머리 모양의 종뉴를 가리킨 것임-소스라쳤다는 구전등도 물밑에 가라 앉았을 종의 존재를 어느 정도 시사해 준다. 주민들은 또 큰 파도가 밀려오는 날에는 물 밑에서 덩덩 울리는 종소리를 들었다고도 한다. 이 소리는 이견대가 위치한 대본리와 대왕암이 있는 봉길리 큰 길까지 들려왔다고도 하며, 두 마을 사이를 흐르는 하천의 이름 또한 종과 관련된 대종천(大鐘川)이다. 이 천은 감은사 앞을 지나 대왕암이 있는 바다로 흘러 들어 간다. 어쨌거나 전설속의 종도, 전설속의 대왕암의 발자국을 찾아 나서는 길 또한 천년전의 숨길을 느끼는 해 주는 것이다. 죽어서도 이토록 나라 사랑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주는 동해 바다의 출렁거림을 한없이 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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