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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속에 시가 있는

2008.05.31 21:37

박정순 조회 수:441 추천:40

시인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시 속에 그림 있고, 그림속에 시 있고 봄바람이 흐트러지는 월요일 오전, 캐나다 한인 미술인 협회 회장인 박주희 씨를 따라 찾아 간 에토비콕 넬슨 예술관은 1992년 5개의 예술 그룹인 여성작가, 20명이 힘을 합하여 세운 곳이다. 대체적으로 시를 쓰는 많은 시인들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거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뇌의 구조상 문학과 그림은 같은 영역의 발달이라고 하니 이들의 관계는 때로는 상보적이고 때로는 경쟁적이기도 하다. 인간의 고매한 정신세계를 구도하는 시를 비롯한 문학의 장르를 두고 레오나드 다빈치는 “문자를 알아야만 읽을 수 있는 문학보다는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 더 우수한 표현 매체이다”라고 했다. 시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는 경지를 놓고 보면, 시속에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던 모더니즘의 흐름과 유교적 세계관을 상징 기호로 그림 속에 그렸던 사대부들의 문인화도 문학과 그림의 상관관계를 빼 놓을 수 없는 것임을 증명한다. 이러한 동양의 정신을 그들이 알기라도 한 듯 넬슨 공원의 문화 예술센터는 소수 민족 작가들을 위한 작품 발표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었다. 두개의 화가 모임과 두개의 길트 모임 그리고 전통 공예품 만들기 모임에서 시작한 문화 예술 센터를 세우기 위한 도움과 자문을 했던 이토비콕 시와 토론토시의 후원이었다. 이곳에서는 계절별로 나뉘어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예술을 배우고 전시하며 문학교실까지 개최한다고 자랑을 했다. [% 2, original, center %] 밝은 전시실로 들어서는 순간 낯익은 이름들이 붙어 있는 전시실에는 조각에서부터 풍경화와 추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민자의 바쁜 시간 속에서도 창작의 열기를 내 뿜은 20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살펴보면 이민과 창작이라는 영향을 주고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침 전시장을 찾아온 도리스 케네디 화가는(72) 이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 일부러 찾아 왔다고 한다. 그는 이 문화 예술 센터를 세우게 된 창립 멤버였음을 밝히면서,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작가들보다는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때로는 과대 포장된, 신선함이 사라지는 작품들을 만날 때는 쓸쓸해진다"고 했다. 우리가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또 우리를 놀라게 할 깜짝쇼 같은 작품을 작가는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그에게서 노화가의 정신세계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캐네디언 작가들의 미술 전시회와 한인 작가들의 미술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한인 작가들의 작품은 의외로 가격이 비싸게 붙여져 있다는 것이다. 일상의 규칙처럼 작품의 연대와 상관없이 가격이 높아야만 내 작품이 인정받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몇 몇 한인 작가들이 캐나다 사회에서 개인적인 성향을 극복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한인 사회가 가진 밝은 미래의 재산이라고 생각한다. 한인 미술인 협회의 회원들이 바쁜 이민 생활에서 부지런히 작품 활동을 발표하고 우리 사회를 조명하고 이민자들의 고독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에 희망의 느낌표를 찍어 보았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뛰어넘어서 함께 어우러지는 누구나 보고 느낄 수 있게 표현되는 그림과 조각, 이는 바로 우리 문학인들이 해내지 못하고 있는 장벽을 뛰어 넘는 것이므로 그들의 작품 한점 한점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봄바람에 이들의 예술적인 혼이 이곳 사회의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돌아섰다. 2004.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