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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한국 뮤지컬 역사속 새로운 소재 개발해야

2008.05.31 21:43

박정순 조회 수:395 추천:38

공연 10주년 맞이한 '명성황후' 한국뮤지컬 역사 속 새로운 소재 개발해야 올해로 공연 10주년을 맞이한 한국 창작 뮤지컬인 <명성황후>가 지난해 토론토 허밍버드 센터의 해외 공연에 이어 2월 4일부터~22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폐라 극장에서 기념 공연이 시작되었다. 설 연휴로 인해 한가로울 것 같았던 기우와는 달리 좌석을 꽉 메운 관객의 뜨거운 열기를 확인하는 순간, 공연은 성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명을 기다리는 관객들 개인적으로 명성황후는 비운의 역사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한민족의 부지런하고 강인한 정신력을 부각시키고 싶어 1999년 캐나다 문화부에 신청했던 밀리니엄 그랜트의 주제 <이민길>의 작품 중 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랜트에 낙방 된 아쉬움도 있었지만 한국에 오면 다시 보고 싶었던 뮤지컬이기도 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봤다. 미국의 브로드웨이 공연을 시작으로 로스앤젤레스와 영국의 런던 그리고 토론토에 이르기까지, 한 여인의 비운을 넘어 암울했던 시기를 보여줄 수 있었고 궁중 의상의 화려함과 문화정신을 세계인에게 드러내 보였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극본 이문열의 <여우사냥>을 양인자 작사, 김희갑의 작곡과 윤호진 연출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전반까지 조선에서 벌어진 일을 다큐멘터리처럼 소개하고 있는 창작 뮤지컬이다. 서곡과 함께 막이 오르면 무대 위의 스크린 위로 1945년 히로시마 원폭 투하 형상에 이어 1896년 숫자가 멈춘다. 히로시마 지방 법원의 민비 살해범은 일본 천황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며 무죄 판결을 받고 멈춘 숫자의 상징은 명성황후의 죽음과 조선은 개화와 수구의 정쟁 속에서 열강의 외세는 거세어지고 국운은 무너지고 마는 것을 의미한다. 화려한 궁중 의상을 입고 대례를 치루는 고종과 민비의 모습에 이어 아이를 낳지 못해 궁중에서 금한 수태 굿 안무와 회전 무대는 과히 인상적이었다. 또한 프랑스어를 배우며 세자에게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여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명성황후의 총명한 모습은 현실을 직시한 예리함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이 러시아와 동맹을 맺으려 한다는 것을 안 일본의 미우라 일행은 오로지 나라와 천황을 위한 죽음을 맹세로 황후를 제거하기로 한다. 이와 반대로 조선의 조정 대신들의 국운을 일으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당쟁을 일삼는 모습은 관객들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본 세자의 흐느낌을 따라 내 눈에서도 자꾸 눈물이 흘러 내렸다. 구한말의 급박한 국제 정세와 외세의 위협, 대원군의 재집권 실각, 홍계훈 장군과의 사랑 고백 등은 너무 많이 보여주려고 한 탓으로 약간 지루하였다. 뮤지컬의 제목이 명성황후의 사적인 부분을 좀 더 부각시켜 그녀의 총명함과 주도면밀한 여걸다운 모습을 드러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예를 들어 홍계훈 장군과 명성황후의 사랑 고백 등의 소재를 좀 더 살려보는 것도 좋을 듯했지만 말이다. 작품의 극적 음악적 에너지를 한꺼번에 쏟아냈던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막이 내린 뒤에도 한참동안 여운을 곱씹을 만큼 인상적인 아리아였다. 관객들의 마음속에 감동과 체험을 전달하기 위한 아리아 곡은 관객들의 가슴속에 더욱 더 큰 감동으로 와 닿았다. 고종은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바꾸고 민비를 명성황후로 칭했다는 자막은 가슴을 쏴~ 하게 쓸어 내렸다. 토론토의 허밍버드 센터 지난번 토론토 공연을 본 캐네디언들은 “현대적 무대장치를 최대한 활용하여 국민적 정서를 자극한 한국적 스토리 재미와 더불어 이중의 감동을 선사했다”며 한국 문화공연 발전에 대한 감격과 자긍심으로 자랑스러워했다. 또 더러는 “한국 공연의 발전에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특히 명성황후가 시해 당한 후 혼이 일어나 백성의 민족혼을 일깨우는 장면에서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벅찬 감동을 맛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과 하나의 문화가 하나의 과학기술로 연결된 분야로 이어지는 사회에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다. 최근 들어 한류 열풍을 보여주는 “욘사마”의 위력이 얼마나 큰 지 큰 아이의 일본 친구 엄마가 “겨울 연가” 편지지에 써온 편지를 읽으면서 우리들에게 문화의 확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한국 뮤지컬은 한국인만이 가진 삶의 주제로 한 창작 뮤지컬로 확산시켜 세계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하겠다. 한국이 가진 오랜 역사와 신화 등 소재 개발은 관객들을 놀라게 할 수 있는 엄청난 상상력을 갖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로운 소재 개발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명성황후>가 세계적 뮤지컬로 각인되기를 빌어 마지않는다. 국정넷포넷 박정순 (nansulhyu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