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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휴강을 핑계로

2009.07.18 01:12

박정순 조회 수:240 추천:30

금요일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빗줄기.... 오래 망설이다 전화를 하고 난 뒤 시차에서 벗어나지 못한 의식이 나른한 잠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커피를 연거푸 두 잔을 마시고 정신을 가다듬기 위해 노력했다. 온전히 맑은 정신이 되어 시계를 봤더니 저녁 수업하러 가야 할 시간이 됐다. 정현이와 상현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는데 타.타.타 하고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빗방울소리... 마음이 상쾌해지는 빗소리에 함몰되고 싶었던 것이다. 산처럼, 물처럼 그렇게 유연하고 말없이 살아가라는 신라 나옹선사의 싯귀절...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지혜를 닮을 수 있어야 하는데 늘 그렇다. 열번을 인내했다가도 마지막 열 한번째의 폭발이 문제였다. 발상의 전환,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수시로 밑줄 긋는 강의였지만 내 안에서 온전히 내것으로 소화시켜내지 못하고 있음을... 금요일 워크샵이 있다고 해서 휴강한다고 했지만 워크샵이 취소 되었다고 해서 수업한다는 안내를 하지 않은 탓인지 모두 퇴근해버렸다. 갑자기 시간 부자가 된 듯하여 사라 선생님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사람에 따라 같은 말인데도 불구하고 어떤이에게는 듣기 거북한 표현이 오히려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게 한다. "선생님은 보호해 줘야 할 장미 봉우리 같아요." "늘 소녀같으세요."라는 말들은 실상 멍청하고 철부지 같은 의미도 포함되어 있음이다. 오해를 가져오는 것은 대화의 부족때문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깨달을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은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소나기는 멈추는가 싶더니 또 쏟아지기 시작했다.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말들을 삼키며 떨어지는 빗소리에 내자신에게 채찍질을 한다. 모든 것은 내 안에서 부터 시작되는 것을... 한잔 마신 동동주에, 빗방울 소리에, 붙들고 있는 허상을 손에서 마음에서 놓기로 했다. 남한산성에서 내가 좋아하는 감자전을 시켜놓고서 가장 가까이에서 가장 멀리 있는 그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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