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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가을 속으로 대성리

2009.10.19 22:20

박정순 조회 수:291 추천:39

가을 속으로 대성리, 가끔은 가까운 이들의 마음을 읽게 될 때 숨겨진 그 마음들로 인해 슬퍼진다. 혼자서 생각을 침잠시키고 나면 온 몸의 힘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손 끝하나 움직이기 조차 힘겹게 느껴진다. 가라 앉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전환이 필요했다. 전날 밤에 나가지 말고 일찍 자고 8시 30분까지 오라고 했더니.... 8시 40분에 일어난 그녀... 덕분에 지각생이 될 것 같아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가지 않을 핑계가 생겼으니 '오늘 행사는 취소다.' 하고 불참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했더니 사무차장인 현미씨는 올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마음 한 쪽에서는 '가지 말자. 가지 말자.' 하다가 "그래, 가자. 가자.' 하고 유혹의 끈을 놓아버렸다. 책도 읽혀 지지 않을 것 같고 글도 써 지지 않을 때 모든 것을 집어 던지고 생각을 단순화하기 위해서 동행하기로 한 선생님에게 갔다. 방문을 여는 순간 어지러움... 휴~~~~~ 하고 한숨이 나왔다. 택시기사는 우리가 영어로 대화를 나누자 외국인이라는 감지가 되었는지 목적지로 향하는 방향을 바꿨다. 자기가 아는 지름길을 가기 위해서라고 했는데... 택시 기사의 골목길을 여기 저기로 누비는 덕분에 여성회관, 구민회관.... 갑자기 나도 멍해져서 출발지가 선명하지 않았다. 다시 이사무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우리를 기다리다, 기다리다 막 버스가 출발하였다고 했다. 택시 기사는 버스가 기다리는 곳으로 간다고 했다. 택시 기사는 좀 미안했던지 괜히 죄없는 버스 기사를 향해 툴툴거렸고 팔팔 도로를 따라 가다 만난 4대의 관광 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미안함에 몸 둘바를 몰라 버스에 오르자 원우님들은 일제히 박수로서 환호해 줬다. 버스는 우리를 대성리의 펜션이 있는 곳에 내려 놓았다. 햇살을 갈무리하고 있는 것 같은 맑은 바람이 잎새들의 수선스런 팔랑거림으로 가을 냄새속에 가득찬 그리운 얼굴이 발자국을 따라 온다. 새벽까지 천둥 번개를 동반했던 날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맑은 햇살을 보여 주었고 사람들의 표정은 아이들처럼 밝았다. 무엇보다 머릿속이 꽉 막혀 아이디어 하나 건져 올리지 못하고 있는 빈사 상태인 내게는 신선한 탈출이었다. 무엇이 실체의 언덕을 걷어차며 떠나가고 있는지를. 나를, 하늘을 , 그리고 그대를 생각한다. 무엇이 우리들의 표상들에게 대상과 관계짓게 하는 것일까? 그리워하는 것은 실체가 없는 허상을 그려놓은 나였을까? 아니면 그대였을까? 가을 산사의 길을 걸으며 많은 생각들을 풀어 놓았다. 잡으려고 애쓰는 것들을 마음에서 내려 놓으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일상을 던져버리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갔던 하루를 마감하고 아쉬운 작별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산 그리메를 담은 하루의 수다스러움을 어둠속으로 묻으며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녀, 갑자기 화장실에 가야한다고 애기처럼 팔짝거렸다. 교통 체증으로 차들은 느리게 움직였고 참을 수 없어하는 그녀로 인해 차를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버스 기사님에게 대충 상황을 설명하고 시민공원입구에서 하차를 했다. 아침 버스를 타는데서 부터 내리기까지 골고루 스포라이트를 받게 해 준 그녀 덕분에 내 얼굴은 열꽃이 피었다.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간단히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두통과 해열제를 삼켰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속의 피로와 추위가 겹쳐 무너져 내리는 마음에 열이 펄펄 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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