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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남한산성으로 가다

2010.01.09 21:55

박정순 조회 수:917 추천:46

남한산성으로 가다 산을 즐겨 찾는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에 가면, 산이 주는 포근함으로 산의 품안에 잠겼다가 산의 기를 내 안에 담아 온다고.... 그래서 산을 간다고 했다. 난 산을 몰라 가는 일이 없지만 자주 바다를 찾아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올해는 낮은 산이라도 올라가 보려고 한다. 간간히 눈이 내리기 시작한 토요일 오후 4시, 서울 메리어트 호텔에서 초등학교 친구 아이가 결혼식을 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줬다. 제일 먼저 테이프를 끊더니 아이 또한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결혼식을 올리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남한 산성으로 가는 중이라고 하니 눈이 내리는 이런 날은 산에 가는 것이 아니란다. 특히 내 자동차로서는 위험하다고 경고를 했다. 단아한 친구의 경고를 들어야 할 것 같아 유턴하는 곳을 찾는데 그것이 더 위험할 것 같았다. 돌아가야지. 하다가, 그래도 설원의 나라에서 산 경력이 얼만데...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기 위해 가뜩 긴장을 불러오는 방법,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간절한 염원으로 무엇이든지 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돌아보니 한번도 그리 열정을 쏟지 못한 것 같았다. 이런 내가 싫어서 극기 훈련을 해 본다고. 사실은 그래야 자동차 고생이지 내가 아닌데 말이다. 자동차에 대한 언급을 듣고 보니 운전을 하면서도 신경이 곤두섰다. 자주 운전하여 가는 곳이지만 친구의 경고로 잔뜩 겁을 먹고서 덜덜거리며 올라갔다. 길이 미끄러운 탓인지 내려오는 자동차 몇대가 휘청거린다. 괜한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것 같다는 자괴감이 들었지만 올라가는 길은 내려오는 길보다 쉬우니 스스로 용감해지자고.... 막상 남한 산성의 북문에 도착하니 눈이 제법 쏠쏠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한바퀴 산책을 하면 아마도 내려가는 길이 미끄러워 돌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날이 어두워지면 지금 내리는 눈이 더 펑펑 쏟아질지... 혹여 길이 묶여 내려가지 못할 것을 대비해서 이곳에 민박할 수 있는 곳이 있느냐고 물었다. 주차장 관리 요원은, "남한산성에는 노래방, 민박 이런곳은 없어요." 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해 준다. 그러니 감상에 코를 빠뜨리고 있기 보다는 내려가는 길이 최선책인것이다. 산책코스는 포기하고 그래도 올라 왔다는 것 하나로, 남들처럼 걸어서 올라간 에베레스트도 아닌것을 갖고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하며 나도 산속에서그런 포근함을 느끼고 싶은 숲속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니 새벽녁까지 켜 둔 탓으로 건전지가 없었다. 할 수 없이 휴대폰으로 눈 도장만 찍고 돌아섰다. 민박하는 곳이 있다면 이런 날은 산속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쌓인 겨울 나무 설백의 꽃이 피었다 나는 겨울 나무의 등에 기대어 내일의 푸른 사랑의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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