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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 동아일보 윤정국 문화부장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등록 일자 : 2004/03/03(수) 19:25

영화 ‘실미도’가 관객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우리 영화산업이 이룩한 금자탑이다. 또 ‘태극기 휘날리며’도 곧 이 기록을 뒤따를 전망이다. 그러나 두 영화의 성공의 뒤에는 미처 예상치 못한 짙은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우선 영화계에서 작은 영화나 예술영화가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해 아예 개봉되지도 못하고 사장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000만명급 영화 1편이 아니라 100만명급 영화 10편이다”라는 어느 영화인의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뿐인가. 가뜩이나 불황으로 위축된 문학 출판 미술 등 타 장르의 문화예술계는 영화 쪽으로 사람을 빼앗겨 곤경을 겪고 있다. 문학 출판의 경우 올해 들어 매출액이 50%나 뚝 떨어졌다고 한다. 영화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니 차분히 책 보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다.

이 같은 ‘영화 편식, 타 장르 저조’ 현상은 최근 발표된 ‘2003년 문화향수실태조사’(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도 입증된다. 비교연도인 2000년에 비해 영화관람률만 크게 늘어 53.3%를 기록했을 뿐 다른 분야는 대부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실미도’로 대변되는 이 같은 문화 현실을 그대로 두고선 우리에게 문화적 비전은 없다. 영화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그 바탕이 되는 문학 출판 미술 등 기초 분야의 문화예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정부가 문화산업을 차세대 국가전략산업으로 간주한다면, 그리고 국민의 문화향수 기회를 늘리고자 한다면 방관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우선 시장경쟁력이 떨어지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진작책이 필요하다. 이를 테면, 일반 국민의 책이나 그림 구입비, 전시회 입장료 등을 합쳐 연간 몇 백만원 범위 내에서 소득공제를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연말정산 때 교육비나 의료비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듯이 말이다. 이제 문화비도 필수비용이 되었으니 충분히 타당성 있는 정책이 아닐까.

아울러 기업들의 문화투자도 이끌어내야 한다. 봄철에 비가 내려야 물이 올라 식물이 싹을 틔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테면, 기업이 근로자나 고객의 문화향수를 지원하기 위해 미술품을 구입할 경우 손비처리를 해주거나 감가상각비를 인정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프랑스와 영국에서는 이미 미술품 구입 시 손비처리를 해주고 있다. 또 미국과 프랑스에선 기증 미술품에 대한 법인세와 상속세를 감면해 주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예술분야에 폭 넓은 지원을 하는 이유가 예술가를 잘살게 해주자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배려라는 사실을 우리 정책 당국자는 유념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내년 세계 최대의 도서전인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주빈국(主賓國) 행사를 갖는다. ‘세계 문화올림픽’이라 할 만한 이 행사를 계기로 1990년 일본이 그러했던 것처럼 우리도 한국문화와 국가브랜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일본의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이 행사 직후인 94년 노벨문학상을 타는 쾌거를 거둔 게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프랑크푸르트’는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다.

윤정국 문화부장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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