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안녕

2003.03.28 07:30

혜령 조회 수:213 추천:33

안녕, 타냐

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
직장에서도 일이 많아졌는데, 주용이 제 2차 "terrible two"하느라고 시달려서 껍데기만 남은 기분이야.
15개월쯤에 1차 치렀기 때문에 끝났나 했더니,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생떼를 쓰느라고 아이도 나도 진이 다 빠져 버렸지.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얼굴로 내 목을 끌어 안으며 My Mama! 그러지.
누가 그러더라. 아이들이 귀여운 형상으로 생긴 게 참 다행이라고. 그게 자연이 내린 생존 방식이라고.
나도 그렇게 우리 엄마 속을 썩였나, 생각해봤는데,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기가 막히더군.
모르지. 어른이 되어서도 부지중에 누구를 어떻게 괴롭히며 어떤 상처를 주고 있는지.
솔직히, 이렇게 시달리고 나면 내가 어찌 글을 한 자나 더 쓸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져.
그래도 사는 게 먼저다, 열심히 살아야 좋은 글도 쓴다, 지금은 안 보여도 땅 속을 흐르는 지하수도 바다로 가는 물이다,
그러며 버티고 있지.

남겨준 봄인사 덕분에 한번 더 하늘 쳐다보고, 주위를 둘러보았지. 그래, 산등성에, 나뭇가지에, 그리고 하늘에도 모두 모두 봄이 왔더라. 밤새 내린 눈처럼 문득 돌아보니 봄기운이 가득 내렸네.
오늘은 바람이 참 많이 분다. 나무들이 마구 몸을 흔들고 있어. 가슴을 휘저어 뒤집어놓을 듯이.
가슴 밑바닥에 묻어놓았던 것들이 뛰쳐나올까 겁나네. 뭐가 들었는지 나도 모르거든.
이런 날 바닷가엔 가지 마. 날아갈라.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4 사진, 잘 받았어요. 김영강 2003.06.02 176
63 전화답신 남정 2003.05.07 225
62 Re..희미한 기억들.. 타냐 2003.05.07 187
61 Re..안녕.. 복순이 2003.05.07 202
60 안녕.. 타냐 2003.05.06 178
59 Re..죄인이 따로 없드라고요 복순이 2003.04.14 234
58 4월 8일은 복순이 2003.04.14 166
57 죄인이 따로 없드라고요 남정 2003.04.10 197
56 어제 참석한 제게도 뜻깊은날 미미 2003.04.09 226
55 축하합니다. 길버트 한 2003.04.08 154
54 고생하셨습니다 나마스테 2003.04.02 177
53 환기통 속의 비둘기 한 마리 문인귀 2003.04.02 286
52 축하드립니다 Grace 2003.04.01 172
51 복순이 복 받는 날 꼭 일주일 앞두고 꽃미 2003.04.01 228
50 Re..사막을 건너는 법 타냐 2003.03.30 194
» Re..안녕 혜령 2003.03.28 213
48 늦은 인사 Grace 2003.03.27 198
47 안녕 타냐 2003.03.26 182
46 욕심같은 새로운 기대가 문인귀 2003.03.25 212
45 축하합니다, 그런데 솔로 2003.03.22 201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1
어제:
1
전체:
22,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