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은

2003.04.14 04:47

복순이 조회 수:166 추천:19

4월 8일은 과연 복순이가 복 받는 날이었습니다.
첫 소설창작집의 출판기념회였다는 것도 큰 의미이겠으나 그 모임이 복순을 아껴주시는 선배들과 문우들의 뜻으로 마련되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덕분에, 자주 뵙지 못하던 선배들도 만났고, 그분들의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관심도 만져질 듯 가까이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 만난 독자로부터 특별한 축하 레이블이 붙은 포도주를 선물 받기도 했고, 출판기념회 전후로 그간 소식 없이 지내던 분들로부터 정겨운 축하 인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듣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는 일이라 했습니다. 소설 작품 하나를 쓸 때는 그것을 구상하기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아니 어쩌면 그러고도 한참 후까지 그 소설의 작중 인물처럼 살아야 합니다. 작중 인물의 눈으로 보고, 그의 귀로 듣고, 그의 가슴으로 느끼며 한동안 함께 슬퍼하며 함께 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일상의 감각으로는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했을 일들을 단편적으로나마 경험하고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소설을 쓰는 재미이고 고통인 것입니다. 소설을 쓰면서 작중인물들을 부둥켜안고 뒹구는 동안 그들을 사랑하게 되고, 그 속에 들어있는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글을 쓴다는 것은 곧 일상의 감각을 넘어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삶의 밑그림을 살피며 어루만지고 사랑하는 일에서 시작된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환기통 속의 비둘기> 이 책 한 권을 내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린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저는 그다지 많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못됩니다. 글쓰는 일에만 매달릴 수 없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많이 써야 한다는 욕심은 처음부터 키우지 않아 왔습니다. 오히려, 진정 할 말이 없을 때, 아무리 애를 써도 할 말이 풀려 나오지 않을 때, 쓰고 싶은 절실한 욕구가 없을 때, 또는 작품과 작중인물에 대한 간절한 애착을 느낄 수 없을 때, 자신에 대한 정직성을 허물지 않고 침묵하는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편입니다.
그러므로, 이 한 권의 책으로 여러분의 따뜻한 격려와 축하를 받은 제가 앞으로 얼마나 자주 작품을 발표하고 언제쯤 두 번째 책을 출판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한 가지, 앞으로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글을 쓰건, 살아 있는 동안 글을 쓰는 마음, 즉 숨어 있는 삶의 밑그림을 살피고 어루만지며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간직하리라는 다짐만은 다시 한번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4월 8일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이름과 앞으로 어떻게 쓸 것인가 라는 물음이 뇌리를 맴돌았습니다. 모임에서도 드렸던 말씀을 여기 다시 써두는 것은 그 날, 그 밤의 다짐을 다시 한번 자신에게 새기기 위해서 입니다.
다시 한 번 그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분들, 참석해 주신 분들, 그리고 저의 글쓰는 작업을 지켜봐 주시는 여러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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