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단신

2004.05.21 06:10

주용 엄마 조회 수:288 추천:25

1.
바람이 불었다.
열린 창문에 매달린 블라인드가 달그락달그락 흔들리고
창밖 나무들도 술렁술렁 이파리들을 흔들고 있었다.
"엄마, 또 바람이 창이랑 나무들을 간질이나 봐."

2.
주용은 보이지 않고
바람도 없는 창문에 매달린 블라인드만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뭔 조환가, 가보니 바닥에 벌렁 누운 주용이 녀석이
노을 걸린 유리창을 보면서 발장난을 치고 있었다.
뭐 하는 거냐?
으응, 바람하고 노는 거야.
유리창 간질이면서.

3.
나무 그늘에 차를 세우고 쿠키를 먹었다.
제 얼굴보다 큰 쿠키를 반 너머 먹고서,
"엄마, 나무도 쿠키 좋아해?"
"아니, 나무는 햇빛하고 물하고 흙만 있으면 돼. 바람이 가끔 간질여주면 더 좋고."
물을 한 모금 마시다가 생각에 잠긴 표정.
"그럼 나무한테 이 물 주자."
주용은 차에서 내려가 커다란 나무뿌리에 세 모금은 충분히 될 물을 조심조심 부어주었다.
"바이 바이, 나무"

4.
주용이 제 가족 숫자를 셌다.
Daddy, Mommy, and me. One, two, three.
I am three years old.
Daddy is one year old, and Mommy is two years old!

여기까지 두살 난 주용 엄마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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