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산타클로스

2006.10.19 04:12

김혜령 조회 수:256 추천:27

잔뜩 받은 생일선물 포장지들을 치우기가 무섭게
크리스마스 wish list작성에 들어간 건너마을 복돌이가 물었다.
  엄마, 산타클로스는 늙었지?
  응.
  산타클로스한테 아기가 있어?
  아니, 그런 말은 못 들어봤는데.
  그럼 산타클로스가 죽으면 어떻게 하지?
복돌이는 몹씨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산타클로스는 죽지 않아. 신이나 마찬가지거든.
  신?
에고, 내가 괜한 종교 싸움의 빌미를 제공하는 건 아닐까, 마음이 약해진 복순이가 서둘러 덧붙였다.
  어쨌건 세상에는 항상 산타클로스가 있단다. 네가 믿기만 하면.

다음날 복돌이가 말했다.
  엄마, 엄마가 신이면 좋겠다. 죽지 않고 영원히 나랑 같이 살게.
늘 발등의 불 끄는 자세로만 살아가던 복순이 일순 가슴이 서늘해져서 말했다.
  엄마는 항상 너랑 함께 있을 거야 (제발 이 아이가 이 말의 진위를 따지기 전에 가시적 현실과 내면적 현실을 모두 현실로 포용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자고, 재미있게 놀면서, 오래 오래 같이 살자.
  나는 혼자 살기 싫어, 엄마. 무서워.
  너 절대로 혼자 살지 않을 거야. 친구도 사귀고, 결혼도 하고...... (혼자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절대고독의 순간만 빼면......)
  복돌아, 죽는 거, 죽어서 헤어지는 거 무서워할 필요없어. 생일파티에 가서도 실컷 놀다가 때가 되면 헤어져 각자 돌아가잖아. 우리도 이 세상에서 만나 실컷 재밌게 살다가 때가 되면 가는 거야.

요즘 건너마을 복돌이가 복순이를 키우느라 애를 많이 쓰고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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