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동시

2003.01.08 02:39

김혜령 조회 수:519 추천:75

노을을 깔고 눕는 전봇대
전깃줄 오선에 음표 찍는 새 새끼들
어깨동무 노래하는 먼 산들아

서산 넘어 날아간 우리 송곳니를 보았니?
저무는 강가에 늘어선 여걸들이
팔 휘두르며 부르는 노래를 들었니?

헌 이 줄께, 새 이 다오.
헌 해 줄께, 새 해 다오.

긴 울음 끌며 절렁절렁 언덕을 넘어가는 소들
한 소쿠리 구슬로 쏟아지는 별들
뜬구름, 잔 바람 품어 안고 잠재우는 하늘아

새해엔 아픔도, 슬픔도, 마음 고픔마저도
곱게 씹어 새길 수 있는
튼튼한 새 이를 돋우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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