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2)
2003.01.08 02:41
오늘 내 머리 위를 무료히 흘러가던 구름이 그대 연못을 지날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저녁녘 허기진 가슴을 웅크리고 내 마른 가지 끝에 걸려 떨던 반달이 그대 창을 지날 때 무슨 말을 했을지. 새벽을 달려와 내 꿈의 미로를 푸른 물감으로 적시던 바람이 그대 귓가를 지날 때 어떤 노래를 불렀을지.
그대가 매일 매일 나의 벌판에 보내오는 백지엔 너무 많은 말이 엉겨 있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아무리 백기를 흔들어도 그대는 대답이 없다. 또 한 장 환한 백지의 날개로 손짓하고 있을 뿐.
그대가 매일 매일 나의 벌판에 보내오는 백지엔 너무 많은 말이 엉겨 있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아무리 백기를 흔들어도 그대는 대답이 없다. 또 한 장 환한 백지의 날개로 손짓하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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