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2003.01.08 02:48

김혜령 조회 수:411 추천:67

뻘건 물비늘이 서녘에 번쩍이걸랑
내장 비틀린 고속도롤 버리고
플라타너스 사이 첫 번째 한적한 골목길로 드세요
기억의 거미가 대롱대는 창문을 마주보며
먼지 낀 외등이 조는 전신주를 지나
낙서 우거진 돌담을 돌아 돌아
툭툭, 들판에 뒹구는 구름을 차면서
새소리 물수제비 뜨는 강을 따라 오세요
물줄기 잦아든 자갈밭
숨죽인 지하수의 노래를 들으며
자갈자갈 저녁 해 얼비친
마음을 다지며 오세요
햇빛이 꼬리 감춘 산모롱이
허물벗는 뱀 그림자를 따라 오세요
술렁이는 풀숲을 지나 깜깜한 나무숲을 더듬어
장님같이 오세요 자꾸만 오세요
그러다가, 걸음소리 숨소리 문득 사라지는
칠흑 같은 어둠의 막다른 골목
절벽 끝에 바람처럼 걸터앉아
새벽을 몰고 오는
당신을 기다리는 이,
그이가 바로 당신이 찾고 있는 그 이,
당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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