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2003.03.28 02:35

김혜령 조회 수:315 추천:45

이 뜻이 아닙니다.
저 뜻도 아닙니다.
말은 그저 공간을 던질 뿐입니다.

풍선을 불듯
후후
당신을 불어넣으십시오.
솔잎 새로 세월 새듯
절로 뜻이 빠지면
빛깔 잃은 기다림일랑
날개 접듯 접어두세요.

이 뜻이 아닙니다.
저 뜻도 아닙니다.
내 말은 내 뜻을 전하지 못합니다.

가쁜 숨결 닿는 자리마다
끝없이 열리고 닫히는 괄호가 무리 져
채워지지 않는 기대를 쌓아올릴 따름입니다.

그 속에 묻혀버린 당신이
이 뜻도 저 뜻도 아니냐고
온몸으로 파닥파닥 춤을 추다
지쳐 쓰러져도
내가 알 수 없는

뜻대로
낙서해도 좋은
흰 여백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 Imaginary Friends 김혜령 2003.04.15 364
10 산보하는 개 김혜령 2003.04.14 353
9 산다는 것은 김혜령 2003.04.14 351
8 공사장을 지나며 김혜령 2003.01.29 351
7 봄꽃 질 때 김혜령 2003.04.14 350
6 비의 음계 김혜령 2003.04.14 346
5 줄 위에서 김혜령 2003.01.29 345
4 새벽 김혜령 2003.04.14 343
3 사잇길 김혜령 2003.03.05 339
2 벼룩과 과학자 김혜령 2003.01.29 329
» 대화 김혜령 2003.03.28 315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25
어제:
1
전체:
22,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