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질 때

2003.04.14 06:04

김혜령 조회 수:350 추천:36

가지 끝으로 가지 끝으로
봄이 밀려 봄이 터져
꽃 한 송이 툭
부푼 공기의 나선형 결을 타고 내린다

뒤따라 빗방울 하나가 꾹
압핀처럼 입을 맞춘다

꽃의 오체투지(五體投地)

여기, 지금,
너, 바로 너......

겨우내 맨 가지로 닦은 둥근 길
영원같이 긴 그 길 어디선가
속삭임이 들린다

꽃은 땅을 핥으며 서서히 부서져
땅이 된다
여기, 지금, 나,
바로 내가 사라진다

마음 속 빈 길
그 환한 구멍에 꽃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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