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003.04.14 06:21

김혜령 조회 수:343 추천:37

새벽 새소리는 마력을 지녔다.
새파랗게 둘러선 하늘을
좍좍 찢어
폭포 같은 이슬을 쏟아 내린다.

헐겁게 잠이 열리고
베갯머리가 푸르게 젖는다.

젖은 얼굴로 고개를 들면
밋밋한 하늘의 표정

열린 하늘은 얼른
꽃 속에 숨는다.

하얀 폭포를 거스르며
새들이 날아간다.
더 높은 하늘을,
빈 하늘 너머 더 높은 하늘을
열러 새들이 날아간다.

꽃들이 문을 연다.
꽃 속의 문,
그 멀고 먼 길을 향해
한 방울 이슬이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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