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2003.11.26 04:51

김혜령 조회 수:548 추천:93

전등을 끄면
내 방의 벽을 열고
생각들이 걸어나온다.
누워 있는 나를 디디고 지나서
서로에게 부딪치며
방안을 마구 걸어다닌다.
때로는 나만 남겨 놓고
저희들끼리 쑥덕공론을 한다.
그럴 때 나는
납작한 방바닥이 되어
천장을 본다.
천장에는
아주 오래 전에 보았음직한
또 하나의 내가
매달려 한가로이 그네를 타고 있다.
그만 내려오지 그래?
그만 일어나시지?
우리는 빙그레 웃으며
서로에게 미룬다.
다시 직립인간이 되어
생각 속에 섞이면
언제나 다시 만날까.
천장과 방바닥은
내가 생각들에게 끌려나가 없는 동안
저희끼리 혀를 찰 것이다.
쯧쯧, 어리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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