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안의 길

2008.03.19 04:22

김혜령 조회 수:1042 추천:172

꽃을 바람에 날려보내고 둥근 열매도 내주었다 푸르고 곱던 이파리와 함께 새들도 날아갔다 빈 둥지마저 무너진 자리에 뼈만 남은 나무가 날지 못하는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검은 하늘 비바람 끝에 뚝뚝 제 뼈를 분질러 버리면서도 나무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너무 깊어 멀기만 한 길 희망은 하늘이나, 하늘을 날아가는 새, 꽃잎이나 열매, 이파리가 사라진 공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끌어안는 제 안 깊고 깊은 곳에 샘처럼 고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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