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안의 길
2008.03.19 04:22
꽃을 바람에 날려보내고
둥근 열매도 내주었다
푸르고 곱던 이파리와 함께
새들도 날아갔다
빈 둥지마저 무너진 자리에
뼈만 남은 나무가
날지 못하는 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검은 하늘 비바람 끝에
뚝뚝 제 뼈를 분질러 버리면서도
나무는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너무 깊어 멀기만 한 길
희망은 하늘이나, 하늘을 날아가는 새,
꽃잎이나 열매,
이파리가 사라진 공중에 있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끌어안는
제 안 깊고 깊은 곳에
샘처럼 고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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