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해

2006.07.14 05:01

김혜령 조회 수:626 추천:101



누런 풀밭에 여름 해
지글지글 타오른다.

검은 그림자를 깔고
그림처럼 조용히 모여 서서
염소 떼, 소 떼,
풀을 뜯는다.

혓바닥 자를 듯 덤벼드는 이파리
목구멍 꾹꾹 찌르는 마른 줄기

그래도 하늘을 떠받친 뿔,
종긋 솟은 순한 귀

흐르는 능선 등덜미 위로
지글지글
여름 해 발을 구른다.

혼 하나 타버린 자리마다
그림자처럼 검은
나비가 날아오른다.

우물우물
입 속에 맴돌던 하루가
갈라진 목구멍을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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