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2006.08.29 01:36
뚝!
몸부림치던 비바람이 그쳤습니다.
밤새 서로 부딪치고 밀치고 할퀴던 가지들도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고
잠시 멈췄습니다.
뚝!
가지 사이로 문득
세상도 멈췄습니다.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
지구에 매달린 뿌리들의 힘겨운 숨소리.
뚝!
꽃이 떨어지자
소스라친 가지들이 소리쳤습니다.
네 잘못이다, 네 잘못이다,
아니 저 날아간 새 때문이다,
때문이다.
갈기갈기 찢겨진 세상 밑에서
쉬지 않고 물을 길어 올리며
뿌리들이 소리 없이 외쳤습니다.
뚜욱!
......
가지마다 방울방울
맺힌 세상을 품고
염주알들이 하나 둘 미끄러져 내렸습니다.
뚜욱, 뚝, 뚝, 뚝......
떨어지는 염주알들을 받아 삼키며
크고 푸른 염주알 하나가
별밭 사이 깜깜한 시간을 헤치고
어디론가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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