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지 '미주시정신' 2011 여름호
2011.11.30 17:06
묵은 지
김인자
엘에이에 있는 식당에서
"제일 맛있어요"하는 묵은 지 생선조림을 시켰네
가물가물 김으로 스며오는
먼 기억의 묵은 맛
섬유질에 배인 새큼한 추억과
국물에 녹아있는 달콤한 유년의 향기
온몸에 암호처럼 스며있어
시도 때도 모르고
불쑥 고개 내미는
묵은 사랑
6.25피난 길
칼바람 속을 달리는 남행열차
무개차 위에서
피난 짐으로 벽을 쌓고
지붕은 담요로 덮고
그 속에서 잠을 잤던
흔들리는 작은 집
무개차 위의 작은 집
울 밖에서
밤새워 지키시던 검은 밤
차가운 하늘의 별빛
어두운 지상의 미래가
눈발과 함께 흘러가던
1950년 12월 24일의 남행열차
눈바람 속에서 얼마나 추우셨을까
감기 들면 몇 번씩 열을 재느라
밤잠을 설치시고
시험 보는 날엔
연필을 깎아 기다리시던
지워지지 않는
묵은 사랑
오늘
가물가물 김으로 피어올라
밥상 위에 있네
김인자
엘에이에 있는 식당에서
"제일 맛있어요"하는 묵은 지 생선조림을 시켰네
가물가물 김으로 스며오는
먼 기억의 묵은 맛
섬유질에 배인 새큼한 추억과
국물에 녹아있는 달콤한 유년의 향기
온몸에 암호처럼 스며있어
시도 때도 모르고
불쑥 고개 내미는
묵은 사랑
6.25피난 길
칼바람 속을 달리는 남행열차
무개차 위에서
피난 짐으로 벽을 쌓고
지붕은 담요로 덮고
그 속에서 잠을 잤던
흔들리는 작은 집
무개차 위의 작은 집
울 밖에서
밤새워 지키시던 검은 밤
차가운 하늘의 별빛
어두운 지상의 미래가
눈발과 함께 흘러가던
1950년 12월 24일의 남행열차
눈바람 속에서 얼마나 추우셨을까
감기 들면 몇 번씩 열을 재느라
밤잠을 설치시고
시험 보는 날엔
연필을 깎아 기다리시던
지워지지 않는
묵은 사랑
오늘
가물가물 김으로 피어올라
밥상 위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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