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점철된 인류의 역사
                                                                   김인자

TV를 켜니,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이며 미국경제의 상징인 쌍둥이 빌딩이 화염 속에 불타고있었다. 당시의 급박하고 비극적인 영상이 이어지고 슬픔과 절규 속에 쌍둥이 빌딩이 차례로 무너졌다. 먼지의 먹구름 속에 한치 앞이 안 보이는 숨막힌 광경들, 영화 속 장면 같은 지옥의 순간이 방영되었다.

그 와중에도 선량한 인간애로 남들을 구제하기 위해 희생된 살신성인의 사진이 뜨며 2001년 9-11을 추모하기 위해 비극의 현장을 다시 방영하고 있었다. 그 후 잔인한 미소를 띤 빈 라덴이 나와 알 카에다의 광기의 복수를 정당화하는 말을 하고 자기들의 과거 영광을 되찾자고 한다.

   올해는 9-11이 일어났던 10년 째 되는 해이다. 알 카에다의 자살 특공대에 의해 비행기 4대가 납치되어 쌍둥이 빌딩과 워싱턴 DC에 있는 펜타곤이 공격당하고 나머지 한 대는 용감한 탑승객들에 의해 숲 속에 추락했다. 이로 인해 2970명이 사망했다. 분노한 부쉬대통령이 모든 자원을 동원하여 적을 응징하겠다고 선포하고 아프가니스탄과 이락과 전쟁을 했으며 지금도 이란과의 끝없는 게릴라전은 계속되고 있다. 알 카에다의 빈 라덴이 지난 5월에 사살되었으나 미국의 공항은 3중 4중의 검열을 거쳐야 탑승을 하는 보이지 않는 게릴라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역사이래 계속되어온 전쟁의 참혹함을 지구상의 인류는 다 아는데도 왜 전쟁은 되풀이될까? 트로이전쟁을 서사시로 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보면 3천년 전에 살았던 그들도 현재인과 똑같은 이성과 욕망을 소유한 인간이기에 10년에 걸친 전쟁이 일어났던 것이다. 2500년 전에 그리스의 소크라테스나 중국의 공자, 인도의 석가모니에 의해 인간의 지혜가 전부 나왔는데도, 인간들의 전쟁은 21세기에도 계속 되고 있다. 세계 1차, 2차 대전을 겪었음에도, 해마다 지구촌에서 전쟁이 없는 날은 불과 몇 일밖에 되지 않는, 잔인한 전쟁 속의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 때문일까, 무지일까? 오늘 날 문명의 발전으로 통신수단이 발달되어 지엽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세계는 하나의 집안처럼 좁아져버렸다. 이제는 인간가족이라는 자각이 성숙단계에 접어들어 아프리카 오지에서 인간애를 실행하는 많은 선인들을 볼 수 있다. 정의와 사랑은 갓세마네 동산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멕카의 신전에만 있는 것도 아니기에 상호 화합의 길을 택해서 평화와 사랑의 세계를 구현하는 21세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난 달, 내 생일에 지인으로부터 <십자군이야기>라는 책 선물을 받았다. <로마인 이야기>로 잘 알려진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같이 팩션소설이다. 그리스도교국인 비잔틴제국은 7세기 전반에 아라비아 반도에서 일어난 이슬람 세력에 의해 시리아, 팔레스티나, 이집트, 북아프리카를 잃고 소아시아까지 이슬람 세력이 육박해 오자 로마 교황에게 원군 파병을 요청한다. "신이 그것을 바라신다(Deus lo vult)"며 설사 이교도와 싸우다 죽더라도 너희의 죄를 용서받게된다는 우르바누스 2세 교황의 설교로 성도 예루살렘의 탈환을 목적으로 "십자군 전쟁"은 시작된다. 중세기인 1096년에 시작된 "십자군 전쟁"은 세계 역사상 가장 긴 200년 동안 계속된 종교전쟁으로 정복 지에서 종교가 다른 사람은 모조리 죽여 없애는 광기의 참혹한 전쟁이었다. 종교전쟁은 영토전쟁이나 다른 이념 전쟁보다 더욱 잔인한 전쟁 같다. 역사를 돌아보며 2001년의 9.11로 인해 더 이상 전쟁이 계속되지 않기를 더구나 종교전쟁으로 비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사회에서 지배욕과 충동은 인간의 공통된 본질이기 때문에 이러한 처참한 분쟁은 끈임 없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사랑과 인간영혼구제의 본질을 추구한다면 이와 같이 무고한 인간을 살상하는 어리석은 일은 이제 없어져야할 것이다.

<한국일보> 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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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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