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화집> 중앙일보

2011.11.30 18:04

김인자 조회 수:227 추천:28

친구의 화집
김인자

    지난 주 서울에서 온 소포를 받았다. 포장을 열어보니 [김행자의 제2 화집]이라 써있다. 그림이 Post modernism 화풍이다. 원근도 실상도 없이 선이 단순 강렬하면서도 복잡한 색감에 깊이가 있다. 시적인 그림에는 그녀의 강렬한 꿈이 녹아있다.  

    책장 안의 글을 보니 생각했던 대로 대학동창이다. 우리는 약학대학에서 같은 크라스였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과학관 지하실에서 무기화학 실험을 했다. 실험도구를 설치하고 시험관에 물질과 시약을 넣고 온도를 맞춰 반응을 유도한 후 콘덴서를 거쳐 흘러나오는 새 약물이 결정체로 응고하는데 몇 시간씩 기다릴 때가 많았다.

실험결과는 빈칸으로 비어놓은 리포트를 후닥닥 써놓아도 1-2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살그머니 교수의 눈을 피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2층의 작은 방엔 높은 책장에 그림, 음악, 건축 등 예술가들의 작품집이 꽂혀있었다. 그 책들의 대부분이 대학의 설립을 도왔던 선교사들이 기증한 도서들이다. 도서관에서 사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책을 빼볼 수 있는 곳은 이 방뿐이다. 나는 후기 인상파인 벤 고흐의 작품집을 들고 구석진 곳으로 갔다. 당시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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