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

2006.11.09 09:26

구자애 조회 수:489 추천:40

사람들은 가을해가 저물어 가는 거라고 말하지만
무언가를 향한 특별한 더듬이였다


취학통지서를 받고 부터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이들이 운동장에 박히기 시작했다
솜털이 까실까실 단단해지는 동안
안에 박혀있는 씨톨들 균형있게 여물어야 했다
착상이 곤란하거나 여물지 못한 씨방들
스스로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퉁기쳐 나가기도 했지만
고집은 칡뿌리처럼 질겨 보란듯이 독특한 향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인생은 어차피 전환 속에 있는 것이였으니
아슬아슬한 것이 위기를 감내해줄 때도 많았다
대부분은 밀도있게 더 이상의 방법은 없는 듯
철옹성같은 트랙에 익숙해져 갔다
더불어 생각도 뼈도 영글어 갔다
자고 일어나면 운동장은 한뼘씩 자라 있었다
덩달아 아이들도 살이 올랐다
커질대로 커진 씨알들, 이젠 그 틀을 벗어나고 싶어했지만
무더기로 여물어 버린 硬骨들을 버거워 하기는 운동장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익혀줄 것이 없는 계절도 그들을 그만 내려놓고 싶어 했다

대궁이 휘어지기 전에 진작이 우리는 알아서 쏟아져야 했다
서로 멀리서 바라보는 방식으로 절실한
허나,
어디로 쏟아져야 할 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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