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덜트 스쿨

2007.06.13 16:46

구자애 조회 수:561 추천:29

달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희뿌연 별 서너 개 등에 지고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
응당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달처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들이 절실할 때
지친 눈동자들은 더욱 빛난다
페인트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매일이 토끼눈인 훌리오
웃으면 은사시나무잎이 입 속에서 팔랑이는
고향이 우간다라는 뤼겔
절반도 알아듣지 못하면서
시간 채우는 일이 위무인 듯
몇몇은 할미꽃처럼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통하지 않는 말보다 서로 누추한 눈빛이 더 편한
모양모양 사람들이 반벙어리처럼 더듬거려도 오늘이 흐뭇한 곳
엇갈리는 대화, 반복되는 낯선 단어로 다독이며
습관인양 먹는 밥처럼
맛도 모르고 삼킨 문장들이
언젠가 몸 밖으로 기어 나와 일어설 때
누구나 이겨낼 어두운 밤은 있으리라

드디어
마지막 수업종이 방생하듯 울린다
우르르-
잠시 움츠렸던 지느러미 파닥이며
일제히 바다로 향하는 저,성어떼
집어등 밝히며 액셀러레이터 밟는 우리
돌아갈 집이 있는 나는, 오늘 만선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 깡통이 엎드린 소리 구자애 2006.10.02 622
59 해바라기 구자애 2006.11.09 489
58 박 쥐 구자애 2006.11.15 557
57 오후에 문득, 구자애 2006.11.18 622
56 아래층 사람들 구자애 2006.11.24 652
55 춤을 추어요 구자애 2006.12.05 751
54 동태 구자애 2007.04.05 504
» 어덜트 스쿨 구자애 2007.06.13 561
52 반성 구자애 2007.06.15 491
51 바위산 구자애 2007.06.20 512
50 폐선 구자애 2007.06.25 450
49 누수 구자애 2007.06.30 633
48 어른들은 몰라요 구자애 2007.09.12 482
47 落 照 2 구자애 2007.09.20 489
46 너에게로 가는 길 구자애 2007.09.26 493
45 추석전야 구자애 2007.09.28 460
44 한낮의 산란 구자애 2007.09.29 473
43 동백꽃 구자애 2007.10.01 484
42 落 照1 구자애 2007.10.02 527
41 이쑤시개 구자애 2007.10.04 53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6.19

오늘:
0
어제:
0
전체:
15,5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