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산

2007.06.20 14:34

구자애 조회 수:512 추천:36

재채기가 자꾸만 나오는 3월 이었을 거야
오래된 보일러 소리로 가득한 봄날이기도 하고
OZ 201 편 타고 깨어 보니 사막 한 가운데였어
다소곳한 핑계보다 조금은 억센 듯
까칠한 이유가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인 L. A 어디 쯤이었을 거야.
태생과는 상관없이 이 도시엔 온통 까만 돌이 굴러 다녀
누군가는 그랬어
사연안고 부딪혀 온 짙푸른 멍일지도 모른다고.
처음엔 모두 미세한 분자였을 거야
누르면 쉽게 튀어오르기도 하고
간지르면 까르르 웃기도 하는
제 의지로 이 산에 박히고 싶은 돌이 얼마나 있었겠어
어디에도 지름길은 없어
뒤틀리면 뒤틀린대로 굽어지면 굽어진대로
뒤 돌아보지 말고 어디론가 가야만 한다는 거야
등지고 온 곳을 눈물로 반복해서 씻어내야 한다는 거야
내 안의 열망들 날근날근한 미련으로 밀어내야 한다는 거야
그 환부 어쩌지 못하고 부등켜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거야
불혹을 달고 절룩거리며 여름은 그렇게 왔어
먼지조차 나지 않는 모래밭인 나를 자꾸만 두들기면서
병신같은 불혹,
미친 척 한번 풍덩 빠져라도 볼 걸
짓무른 자욱이라도 남게 뜨겁게 안아라도 볼 걸
후회해도 좋을 상처라도 남겨 볼 걸
주변적인 것은 너무 추상적이야
이젠 삶의 중심부로 들어가야 해
보이지 않는 음이 구체적 현을 울리 듯
바위산을 굴리려면 거대한 돌이 되어야 해
말랑거리는 나를 딱딱하게 굳혀놓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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